<스누피들> 에티카 4부 부록 후기 > 세미나

세미나

홈 > 세미나 > 세미나

<스누피들> 에티카 4부 부록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세븐세븐 작성일15-04-10 19:35 조회2,198회 댓글0건

본문

     작년 10월8일 시작했던 '에티카' 읽기 세미나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4부 '인간의 예속 또는 감정의 힘에 대하여'를 끝냈습니다. 이제 전체 분량의 5분의 4를 마쳤고 마지막 5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난해한 암호와 같은 개념들을 해독하지 못해 쩔쩔맸던 시간들. 지식의 빈곤에 대한 자책감을 들게 했던 1, 2부.  그나마 4부부터는 뜻이 근육에 조금씩 새겨지는 듯 합니다. 에티카를 대하는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어떤 때는 의미를 되새길 때 감동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이런 책을 여럿이 함께 읽을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에티카는 두 개의 책으로 읽힌다고 합니다. 기하학적 구조에 따라 전개하는 정의, 공리, 정리, 증명 부분. 스피노자의 차갑고 냉철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또 한 부분은 정리 말미의 주석입니다. 주석에서는 자기 주장을 담아 돌직구를 날리곤 합니다. 두 개의 책에 더해 부록도 스피노자의 솔직한 생각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부록 발제를 맡았습니다. '올바른 생활방식'으로 시작하는 부록은 하나의 인생 지침서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바른 생활의 사나이'와 관련된 개념들을 나열하면서도 스피노자는 행간 곳곳에 자신의 주장을  숨겨놨습니다.

     올바르게 인식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은 스피노자가 지향하는 자유인의 삶입니다. 유한양태인 인간은 태생적으로 수동적인 존재입니다. 신체에 새겨지는 표상은 부적합한 인식에 머물게 합니다. 따라서 이성의 지도에 따라 타당한 인식을 가져야 정념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로소 능동적인 주체로, 그리고 자유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게 스피노자가 말하려는 골자입니다.

     또 인간 최고의 행복, 지복(至福)은 신에 대한 직관적 인식에서 생기는 정신의 만족입니다. 이성적 인식에 의해 정신적 삶을 향수하도록 돕는 것은 선(善)입니다. 반면 이성적 삶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악(惡)으로 분류합니다.

     스피노자는 "악이라고 판단되는 온갖 것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제거해도 좋다. 반면 선이라고 판단되는 온갖 것은 적당한 방법으로 이용해도 좋다"고 권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교육'시켜 자신의 이성적 명령에 따라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 질투나 미움의 감정은 대립을 부르고 서로를 두렵게 합니다. 정신은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아량에 의해 정복된다고 합니다. 인간은 연합을 형성하고 조직체를 만들어 우정을 강화하는 게 유익하다고 합니다. 여성과 노예까지 제자로 받아들여 만들었던 지식공동체인 '에피쿠로스의 정원'과 같은 공동체. 스피노자가 꿈 꿨던 세상인 지 모릅니다.

      스피노자는 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며 공공복지의 차원까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돈에 대한 생각도 분명합니다. 겹핍이나 필요에 따라 돈을 추구하는 건 악덕이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불리는 기술을 배워 자랑삼기 위해 추구하는 것 악덕입니다. 돈의 참된 용도를 알고 필요에 맞춰 부(富)의 한도를  조절하는 사람들은 만족하며 생활할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하숙집 단칸방에서 렌즈를 깎으며 살았습니다.  최소한의 수입으로 살며 그것에 만족했던 검소한 생활은 아마 이런 가치에서 비롯됐나 봅니다. 

      스피노자는 마지막 32번에서 인간의 한계를 다시 한번 언급합니다. 인간은 외적인 힘에 작용을 받게 되는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우리가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게 능동성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입니다. 그러면 만족을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올바르게 인식하는 한에 있어서만 우리는 전체 자연의 질서, 인간 본성의 법칙과 일치하게 됩니다. 바로 올바른 생활방식을 터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부 부록은 우리가 지복을 향해 가는 삶의 태도가 어떠한 것이여야 하는 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수동의 상태와 무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 올바른 삶으로 연결되는 통로임을 알 때 우리들이 일상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질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