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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기잡스] 장자방에서 '툰드라' 다큐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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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후 작성일15-03-01 04:31 조회2,54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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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겨울날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영화를 본 경험이 있나요? 이게 딱 이번 세미나의 느낌이었습니당! 벌써 절기가 우수인데 겨울날 운운하는 것은 좀 우습지만 그 친밀하고 따뜻한 느낌이 딱 그거였지요.^^
   설 바로 전 세미나에서 냉대기후를 배우며 거의 6개월간의 낮과 6개월간의 밤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어떤 신체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 했습니다. 이때 은희샘께서 ‘툰드라’ 다큐를 추천해 주시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먹는 음식에서부터 다른 신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게 다큐관람이 우리 ‘잡스’러운 세미나에 들어온 사연이지요.^-^
  물론 툰드라는 완전 극지방이 아니라서 극단적인 6개월간의 낮과 밤으로 나뉜 공간은 아니었어요. 겨울에도 짧은 낮이 있었고, 여름에도 짧은 밤이 존재했지요. 하지만, 그들의 삶은 정말 달랐어요. 야말반도에 사는 여덟 가족으로 이루어진 다큐 속의 부족은 7000마리가량의 순록을 키우고 있었고 이들의 먹이를 위해서 여름에는 북쪽으로 갔다가 겨울에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는 사이클을 매년 반복했어요.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여름에는 이틀에 한번씩, 그들의 집인 ‘춤’을 분리해서 집을 포함한 모든 살림을 순록썰매에 싣고 이동을 하지요. 유목에 대한 저의 막연한 상상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그리고 순록은 그들의 먹이이자 이동수단이자 친구까지도 되는 삶의 일부였어요. 그들은 마치 포정의 후손들인양 순록의 가죽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분리해내고는 영혼을 자연에 돌려보내는 간단한 의례를 치룬 후에 함께 먹었어요. 우리가 야채를 통해서 공급받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이들은 순록의 피를 통해 섭취하고, 고기도 날 것으로 피에 찍어 먹었어요. 뼈는 스프를 끓일 때 이용한다고 해요. 다큐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그들의 삶 전체를 보여주는 방식 때문이었을까요? 아이들까지도 컵에다 피를 떠서 마시고 생고기를 먹는 낯선 모습이 주는 거부감이 전혀 없었어요. 단지 다른 장면에서 아이들까지도 생선이나 고기를 먹을 때 입에 문 다음 개인 칼을 이용해서 잘라내며 먹는 것을 보고 다치면 어떻게 하나 잠깐 걱정이 되었을 뿐!
  툰드라에서는 아이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않고 동등한 동반자로 대해주나 봐요. 언젠가는 자신만의 인생을 꾸려갈 사람으로서. 일곱 살이면 벌써 자신만의 썰매를 몰고, 어른들이 올가미로 순록을 잡을 때에도 귀찮거나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며 흉내 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겨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여섯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는 도시에서 학교를 다녀야해요. 9월이 되면 헬리콥터가 애들을 데리러 와서 봄방학에 잠깐, 그리고 여름 방학에 다시 툰드라에 데려다주나 봐요. 다큐 속의 툰드라가 러시아에 속해 있어서 의무교육을 받는 것 같아요. 우리는 툰드라하면 북미나 캐나다를 떠올리지만, 사실 툰드라의 2/3는 러시아에 있다고 해요. 다큐 1편과 2편에 걸쳐서 아이들이 툰드라에서 생활하던 모습에 익숙해 있던 우리는 위생적이고 질서정연한 기숙학교의 모습에서 폭력과 답답함을 느꼈어요.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오히려 전통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툰드라도 이제는 천연가스와 석유자원의 보고라서 개발의 물결을 타고 있다던데...... 이들의 삶이 또 어떻게 변화해 가련지요.(ㅠ.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른 부족이 곰을 잡아서 가죽을 벗기는 것과 의례를 치루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많은 분들이 신이치의 ‘곰에서 왕으로’를 떠올렸어요. 가죽을 벗기고 나니 진짜 발의 모습이나 전체적인 모습이 사람처럼 보였어요. 곰의 가죽을 쓰면 곰이 되고 벗으면 사람이 되는 신화의 의미가 눈에 선명하게 다가왔지요. 여러 가지로 인상적이었던 다큐였어요. 함께 봐서 더 진하게 느껴졌던 감각들도 있었구요. 함께 2부까지 봤는데, 3부는 '곰의 형제들'이고 4부는 '사라진 샤먼을 찾아서'라고 하니 찾아서 보면 감성수업에서 배우고 있는 인류학적 감각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목록

달집님의 댓글

달집 작성일

다큐를 보고 툰드라의 삶과 학교의 삶이 대비되어 비쳐졌지요. 지금 우리에겐 다른 배움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후, 지리, 지형이 다르면 다른 앎이 창안되는 걸 툰드라에서 그대로 보여주었지요.
우리는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어떤 앎을 창안할 수 있나요?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우산을 쓰는 정도가 전부일테죠.
지금 우리는 자연을 잘 모릅니다. 이제 겨우 자연으로 시선이 옮겨졌으니까요.
그래서 그 앎은 무궁무진합니다. 평생해도 다 못할 거예요.
대신 바람과 친구먹고, 나무와 친구먹고 하다보면 모든 것과 친구가 되겠지요.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