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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들] 뒤늦은 후기- 증오는 사랑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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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븐세븐 작성일15-03-02 16:23 조회2,51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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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나의 게으름 때문에 너무 늦은 후기를 올리게 돼 죄송한 마음 뿐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봤자 소용없고 이럴 때는 그냥 백배사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하다.

    내가 발제를 맡았던 부분은 에티카 3부 '정서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 중 정리 32부터 정리 45까지.

    인간사에서 가장 뜨거우면서도 어쩌면 가장 차가운 '사랑'이라는 감정이 중요 테마다.

    사랑은 스피노자가 분류한 3가지 감정 중 기쁨의 계열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소 모호하다.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 약간 뜬구름 잡는 듯한 표현이다.

    쉽게 풀어 쓴다면 '타자와 마주쳤을 때 발생하는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생각할 때마나 기쁘고,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게 되며 같이 있어지고 싶다면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랑의 대척점에는 증오가 자리하고 있다. 증오(미움)는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치환되는 것, 그것은 하나의 슬픔이다.

     다행히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은 그런 증오마저 끌어안고 녹여낼 수 있는 넓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발제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도 바로 정리43과 정리 44다. "증오는 증오의 보복에 의해 증대되고 반대로 사랑에 의해서 제거될 수 있다. 사랑에 의해 완전히 정복된 증오는 사랑으로 변한다. 그리고 사랑은 이전의 증오가 없었던 경우보다 한층 더 크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이 세상에 질투와 원한, 복수심, 육체적 고통 등 불행의 씨앗이 뿌려졌지만 여전히 상자 안에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처럼, 증오와 시기, 질투로 얼룩진 현실도 사랑이 있기에 행복하다.

      물론 사랑은 다루기에 따라 번뇌와, 질투, 시기, 분노, 복수 등과도 연계될 수 있다. 슬픔을 피하는 대신 기쁨을 증대하려는, 실존을 보존하려는 코나투수의 힘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발제를 하는 동안 열띤 토론이 진행돼 발제자는 사실 별로 한 게 없었다. 에티카 세미나의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는 것 같아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헤겔은 스피노자에 대해 "스피노자주의의 입장에 서는 것은 모든 철학적 사색의 본질적인 시원(始原)이다. 철학을 시작하려면 우선 스피노자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조금씩 스피노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 같아 나 자신도 자부심을 느낀다.


      다음 발제(3월4일 수요일)는 에티카 3부 나머지 부분과 제본한 책 제7장 '욕망, 정념, 이성' 부분입니다.

댓글목록

동학님의 댓글

동학 작성일

동칠샘의 발제 덕분에 담론이 더욱 풍성해진 세미나였습니다.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