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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읽기 세미나] 첫번째 후기 20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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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밝을曉 작성일15-03-02 23:25 조회2,3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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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세미나 첫 시간. 오제본기, 그 가운데서 황제, 전욱, 요 임금 부분을 읽었습니다. 책을 그렇게 한 자 한 자 짚어가면서 읽어본 건 거의 처음이었어요. 혼자 읽을 땐 후루룩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 별 느낌이 없었는데, 우샘이 원문과 비교하여 한자들을 설명해주시고 당시 역사, 풍속, 지리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시니 읽었던 내용이 완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먼저, '본기'''. 기록할 기()와 같은 뜻으로도 쓰이지만 원래 뜻은 그물코를 꿴 굵은 줄(벼리 기)입니다. 사기 본기는 중국역사의 뼈대, 중심, 근본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겠죠.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역사를 하나로 계열화하려는 사마천의 기획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사마천은 하, , 주의 기원을 황제에서부터 잡고 있습니다. 여러 부족의 족보를 단일화한 셈입니다. 그것이 기원전 108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이루어진 일이죠. 여기서부터 중화주의, 한족중심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국민족의 시조.(우리로 따지면 단군할아버지에 해당되는) 황제의 이름은 헌원입니다. 수레바퀴(), 수레끌체()라는 한자인데, 황제는 수레를 끌고 서쪽(중앙아시아)에서 나타난 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냥 온 게 아니고 무기를 들고 왔지요. 중국의 막강 세력은 주로 서쪽에서 왔다고 합니다. 중국을 둘로 나눌 때 지형을 기준으로 보면 남북으로 나뉘고, 문명을 기준으로 보면 동서로 많이 나뉩니다. 서에서 온 민족이 동쪽에 문화를 전해주기도 하고, 정권을 위협하기도 하고요.
  서에서 온 헌원은 세력을 잡은 후 "덕을 닦고, 병사를 정비했으며, 오기를 연구했고, 오곡을 심어 백성들을 사랑으로 돌보았고, 사방의 토지를 측량, 정리하였습니다."(p8, 까치) 이 때, ‘오곡은 각주에는 기장, , , 보리, 콩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우 쌤 설명으로는 황하 유역은 땅이 메말랐기에 기장이 많이 자랐습니다.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기장을 많이 올렸습니다. 콩은 화북지방에서 많이 재배되었다고 하고, 쌀은 우리가 알고 있는 논농사로 지은 게 아니라 밭벼라고 합니다.
  우 샘은 책에 나온 대목들을 하나하나 상상하고 질문하면서 책을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이를테면, 노란 기장. 기장은 어떻게 먹었을까? 좁쌀같이 작고 점성이 없는 기장을 물에 넣고 스프처럼 끓였나, 쪄서 밥처럼 먹었나, 빻아서 얇은 밀전병을 만들어 먹었나. 샘 말대로 그렇게 질문을 하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이 생생하게 읽힐 것 같습니다. 샘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쟁점들을 말씀하셨어요. 요는 순에게 딸 둘을 시집보냈는데, 왜 한꺼번에 시집보냈을까? 왜 고대에는 왕위를 첫째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막내아들에게, 그도 아니면 피한방울 안 섞인 다른 사람에게 물려줬을까? 순임금이 홀아비였다고 했는데 한 번도 결혼을 안 한 노총각이었을까, 아니면 결혼하고 상처한 홀아비였을까 등등.
  오제본기를 읽다보면, 천자들의 세력이 어디에 이르렀는지 나오는 대목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황제는 "동쪽으로는 해변까지 나갔다가 환산과 대종에 올랐고, 서족으로는 공동에 이르러 계두산에 올랐으며..."(p8)라든지 전욱 부분에서는 "북쪽으로는 유릉, 남쪽으로는 교지, 서쪽으로는 유사, 동족으로는 반목"(p11)이라든지 말입니다. 이 지명들은 지금까지도 남아있으므로 그곳이 어딘가를 찾아보면서 읽는 것도 좋습니다. 대종은 태산입니다. 동쪽의 해변은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발해일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지명과 얽힌 이야기도 의견이 분분한데, 아무튼 사기에 적혀진 바에 따르면 스케일이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황제가 내쫓았다는 북쪽의 훈육, 그들은 흉노족(스키타이족)입니다. 말을 타고 다니며 중앙아시아쪽에서 건너온 민족이죠.
  그리고 이번에 읽은 오제본기, 그 가운데 요순 대목에서 왕위를 물려주는(물려받는) 이야기가 꽤 길게 나와 있었습니다. 그것과 관련하여 굉장히 많은 이야기 버전이 존재하고, 사마천이 자기 입맛에 맞게 선택해 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순임금의 계승과 관련한 이야기는 사기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중국 신화 책에도 나와있으니 읽어오라고 하셨어요.
(민음사, 중국신화전집 참고)
  우 샘은 맛보기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이숙제 이야기의 다른 버전도 들려주셨어요. 우리는 흔히 백이숙제가 음식을 거부하다가(?) 의롭게 굶어죽었다고만 알고 있는데요, 다른 버전엔 그들이 전적으로 굶진 않았다고 합니다. 배고파서 힘겨워 하는 걸 보고 하늘에서 사슴을 내려줘 사슴젖을 먹었다고요. 그런데 젖을 빨다보니 고기 생각이 났습니다. 백이와 숙제에게 그 마음이 생기자 사슴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굶어죽게 되었다는 거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버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죠.
  이렇듯 몇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단일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기는 이 같은 구전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서경, 예기, 춘추 등 다양한 문헌기록과 개인적으로 취합한 자료들을 새롭게 틀을 짜 정리해낸 것입니다. 우리는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나가면서 그 배경을 알 수도 있고,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들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본기와 세가, 열전의 관련 대목을 함께 읽어나가면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기원전 100년에 썼던 사기라는 책. 그리고 2500년 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2500년이란 세월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시간입니다. 철솔도 삭을 만큼의 긴 세월을 책 한 권이 살아남았다는 거죠. 앞으로 우리는 이 불후의 텍스트를 앞으로 천천히, 긴 호흡을 가지고 함께 읽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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