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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세미나 후기] 건너뛰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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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경미 작성일11-03-27 14:54 조회4,55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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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세미나에서


법성게, 유식삼십송을


정화스님이 풀이한 책으로 읽고


또, 직접 정화스님께 강의도 듣고


이렇게 5주 동안 공부한 중간 매듭으로


다들 에세이를 써와서 발표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오전에는 조별로 발표해서 서로 코멘트를 해주고


오후에는 전체발표-


각 조별로 서너명 골라서


발표, 질의응답, 그리고 곰샘의 코멘트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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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발표가 끝나고 난 이런 꿈을 꿨다.


 


무슨 수용소 같은 건물 앞에


벌거벗은 사람들이-수십명 되는 것 같다.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면서 서 있다.


그들은 어딘가로 가기 위해 가로세로 정렬을 해서


대열을 갖춰서 그렇게 서 있는데


그들은 벌거벗었을 뿐만 아니라


살갗이 벗겨져 있다


그래서 온몸이 벌건 살[肉]이다.


그래서 수용소 건물 앞에 대열을 이루고 서 있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딘가로 가기 위해


벌거숭이로 몸을 흔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도살장의 고기들 같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은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것이 아니고


“이제 껍질은 벗겼고 자, 그 다음은?”


설레임 흥분에 약간 들떠 있다


대열을 이룬 그들이 가야 할 다음 장소는


살갗을 벗긴 다음 과정의 인육 과정이다.


그들은 그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벌건 몸들은 마치


맑은 새벽 공기 속에서 한 바퀴 구보를 기다리는


운동선수들처럼 워워 추임새를 해가면서


몸을 움직이고 있다.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지 말라고 했던가.


부처님 앞에서 도통한 척하지 말라고 했던가.


 


모든 것을 훤히 꿰뚫어보시는 부처님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난 그래도, 중중무진의 거짓말 속에


나도 속고 남도 속이는 나를


그래도, 한 꺼풀은 벗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말 한 마디 하려고


다들 전날 밤을 새서 퀭한 눈으로


하루종일 씨름을 했다.


 


내 문제가 뭔가를 정확하게 못 보는 게


나의 가장 큰 문제이다.


그건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가?


그 이유를 이번 에세이 발표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난 왜 이렇게 다리가 굵은가?”


이 문제를


“난 왜 이렇게 자의식이 강한가?”


이렇게 말하면 고상한 것 같다.


그래서 내 고민은


다리가 굵은 게 아니라 자의식이 강한 게 된다.


여기서 자기기만이 발생하고


원래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문제로 옮겨가면서


이렇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난 왜 이렇게 다리가 굵은가?


나는 아직 이 고민이 풀리지 않았다.


한 번도 정면으로 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난 정말 왜 이렇게 다리가 굵은가?


이 나이에 


이 따위 유치한 고민을 한다는 게 창피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그걸 고민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환갑이 되어서도 나는 거울 앞에서


난 왜 이렇게 다리가 굵은가?


이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것.


이게 이번 마음 세미나 에세이 발표 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이다.


 


건너뛰는 건 없다.


부딪치는 문제를 유보하지 말고


지금 넘어가자!

댓글목록

20세기소녀님의 댓글

20세기소녀 작성일

<p>나는 왜 이렇게 인정욕망이 강한가!?</p>
<p>대신에 나는 왜 이렇게 어린애처럼 의존하려고 하는가?!</p>
<p>라고 바꾸면 될까요?ㅎ</p>
<p>&nbsp;</p>
<p>정말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나를 보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p>
<p>한 편의 시같은 후기! 잘 읽었습니당^^</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