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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환 작성일11-12-14 15:32 조회3,626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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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


 


    마음세미나가 끝난지 일주일. 유난히 긴 여운에 저 스스로도 의아스럽습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장장 16년동안 수없이 많은 수업을 받아 보았지만 그때는 없었던 여운이 이 10번의 마음세미나가 뭐라고 이렇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마음세미나의 몇가지 특징에서 찾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반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 너무 다릅니다. 16살 민교씨에서부터 홍수수선생님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각양각색의 인생경로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보따리들은 너무 흥미진진했습니다. 단순한 재미에 그친것이 아니라 차이가 빚어내는 멋진 화음처럼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우리반이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이 열정은 각자 자신이 처한 크고 작은 역경을 헤쳐나가겠다는 강한 문제의식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난해한 선문답도 최신의 물리학 이론도 이 열정앞에서는 장애가 되지 못했습니다. 조별토론시간에 책속의 감동을 전하는 선생님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이 기억납니다.


    진한여운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싶습니다. 막 태어난 사슴이 스스로 서기위해 그 얇고여린 다리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를 반복하면서 애쓰는 과정. 기존의 세계를 깨고 나올때의 고통과 두려움을 같이 겪고 공유했다는 사실. 이 함께한 성장통의 경험이 애틋한 여운을 남기는 듯 싶습니다.


 


이상한 첫만남


 


    문득 마음세미나 첫날이 생각납니다. 숙대 입구역에서 내려서 과연 어떤곳일까하는 설레임반, 잘 찾아갈수 있을까라는 걱정반으로 용산미군기지 담장길을 따라 쭉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앞에 가시던 아주머니 한분을 따라잡게 되었는데 그 아주머니 걸음걸이가 묘했습니다. 그냥 따라가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추월하자니 좀 부담스러운 그런 어정쩡한 속도였습니다. 몇번을 추월하려다 실패하고 '애이 그냥 따라가자' 하면서 뒤를 졸졸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뒤에서 보니 아주머니 뒷모습이 왠지 고미숙 선생님 같았습니다. (왠지 모를 기운장) 그때까지 저는 경향신문 칼럼에 있는 사진으로만 봤지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긴가민가 했습니다. '한번 여쭤볼까? 아니야 이렇게 큰 동네에 선생님 연령대 아주머니가 한둘이겠어?' 그렇게 망설이면서 계속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담장 길이 끝나고 맞이한 고등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 분명히 빨간불이었는데 그 아주머니께서는 두리번 두리번 하시더니 아주 태연하게 그리고 천천히 무단횡단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아주머니는 고미숙선생님이 아닐것이라는 심증을 굳혔습니다. 그렇게 아주머니와는 한 100미터 정도 떨어지게 되었고 어차피 길을 몰랐기 때문에 밑저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아주머니가 가신 방향으로 따라 올라가 봤습니다. 아니 그러자 정말 수유너머가 나오는 것이지 뭡니까. '이상하다. 정말 선생님이었나? 애이 우연이겠지'하며 공간플러스를 물어물어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간식을 먹으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는데, 아까 그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시는 것이 아닙니까. 아까 그 느긋한 무단횡단 아주머니는 고미숙 선생님 이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몸소 가르쳐주신 첫번째 가르침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고시공부를 하다가 역경에 부딪힌 저는 선택의 기로에 섰고 그 답을 얻기 위해 마음세미나에 왔습니다. 딱 떨어지는 답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인생도 하나의 방정식이고 노력만하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마음세미나에서 배운것은 인생에 정해진 답이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돌고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용기가 없었던것을 답을 모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선생님과 몇몇 분들께는 포기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저는 아직도 갈등하고 있습니다. 아 정말 징글징글맞게 우유부단한 저, 겁많고 배포없는 저, 우물안 청개구리 같은 저, 바로 그런제가 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저라는 것을 마음세미나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마음세미나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주신 고미숙 선생님과 박장금선생님, 그리고 여러 도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박장금님의 댓글

박장금 작성일

<p>무단횡단과 대도무문이라~&nbsp;정환샘은 곰샘의 안티(?)가 확실하신 듯 합니다. ㅋ</p>

곰숙님의 댓글

곰숙 작성일

<p>푸하하하! </p>

김경희님의 댓글

김경희 작성일

<p>선생님은 어떤 선택을 하시든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거예요</p>
<p>화이팅!!!!!</p>

오선민님의 댓글

오선민 작성일

<p>마지막까지 웃음을 주시는 군요. 양수속 기억에 맞먹는 추억담이네요.^^</p>
<p>그나저나.... 어떤 선택을 하시든 생기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