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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영어주역 시즌3 8주차, 산화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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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형진 작성일23-12-11 17:22 조회9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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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2.10) 아침에 이번 시즌 마지막 세미나가 있었다. 같이 공부한 괘는 산화비(山火賁, Grace, 꾸미고 장식함)괘였다. 이번에 같이 비괘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이 괘가 주역의 문명관(文明觀)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정리해 보는 것으로 후기를 대신하려고 한다.

이 괘는 산 밑에 있는 불[Fire at the foot of the mountaun]이 있는 이다. 땅속의 비밀스러운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이 확 타오르면서 하늘 높이의 산을 밝히고 아름답게 하는 상이라고 빌헬름은 풀고 있다. 이것을 꾸밈[Grace], 즉 형태(형식)의 아름다움[beauty of form]이라고 했다. 아래의 리괘는 불을 뜻하고, 불은 문명(文明)을 의미한다. 위의 간괘는 산을 뜻하고, 산은 멈춤을 의미한다. 두 괘를 합해서 풀어보면, 문명은 발달해 가지만 그것은 어느 순간에 멈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비괘가 담고 있는 의미이다. 그래서 상구효에 백비(白賁, Simple grace)’가 나온다. ‘백비는 꾸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꾸안꾸도 아니다. 빌헬름은 완벽한 꾸밈[Perfect grace]’이라고 했다. ‘완벽한 꾸밈이라는 것은 실체의 외부적 장식[exterior ornamentation of the substance]이 아니다. 그것은 그 형식의 단순한 적합성[the simple fitness of its form]이다. 다시 말해 실체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형식이다. 그렇다면 문명이라는 것을 성인이 백성들의 평안한 삶이라는 가치를 담아낸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작금의 자본주의적 과학기술 문명은 백성들의 평안한 삶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소외, 차별, 파괴 등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무구(无咎)하지 않다. 아니 흉()하다. ‘백비의 관점에서, 문명이라는 것은 인간의 평안한 삶이라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적합한 형식이어야 한다. 문명이라는 것이 본질적이거나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 삶의 장식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비괘가 가르쳐주고 있는 꾸밈의 도()’가 아닐까.

세미나 시간에 영란샘이 읽어주신 시를 마무리로 올리려고 한다. 어떤 영감을 받으셔서 이 시가 생각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 속에서등등 여러 구절구절이 좋았다. 함께 감상해 보자는 의미에서 올린다.

 

 

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드

 

 

한때는 그렇게도 밝았던 광채가

이제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 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우리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 속에서. . .

인간의 고통에서 솟아 나오는

마음의 위안을 주는 생각과

죽음 너머를 보는 믿음에서

사색의 마음을 가져오는 세월 속에서. . .

 

 

Splender in the Grass/ William Wordsworth (1770~1850)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ever taken from my sight,

Of splendou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Intimations of Immortality from Recollections of Early Childhood 에서

댓글목록

세경님의 댓글

세경 작성일

꾸밈과 문명의 시대에 무엇이 본질인지, 왜 꾸미는지 묻는 괘라서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도 함께하신 분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