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세미나]시즌1-둘째날(4.17) 후기 > 삼경스쿨

삼경스쿨

홈 > Tg스쿨 > 삼경스쿨


[서시세미나]시즌1-둘째날(4.17)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라뇽 작성일21-04-23 15:11 조회1,536회 댓글0건

본문

[서시세미나]시즌1-둘째날(4.17) 후기


안녕하세요, 서경세미나 두번째 발제를 맡았던 오찬영입니다. 


사실 서경세미나가 시작할 때만 해도, 세미나 후기는 전혀 생각도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후기를 쓰라는 갑작스럽고 급박한 지령(?)이 내려졌고... 

상의 끝에 매주 발제자가 후기를 맡아 쓰기로 결정했답니다. 

 

 

KakaoTalk_20210423_150724494_05.jpg

(열공 분위기ㅎㅎㅎ)

 

 

과감히 첫 발제 주자로 나서서 스타트를 끊었던 형진샘이 저번 주차를 담당하셨고요. 

오늘은 제가 발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경세미나는 정확히 여덟 명의 멤버들이 함께해요. 

여덟 명의 멤버가 돌아가면서 각각 발제를 하면 시즌이 끝납니다. 

뭐든 딱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너무 좋은 구성이 아닐 수가 없었어요. 

한 분이라도 더 많거나 혹은 더 적었더라면! 뭔가 좀 아쉬울 뻔 했을 테니까요!

제가 "샘들, 정확히 여덟 분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제하면 되니까 한 분도 빠지시면 안 돼요!"라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다들 푸학 웃어주시더라고요. 절대 중도하차는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웃음으로 받아주셨습니당^^


제가 맡은 두번째 부분은 바로 하나라의 정치와 지리를 그려낸 서경 제 2편 [하서]였습니다. 

저번 시간에는 하나라보다 앞선, 오제의 시대를 담은 [우서]를 읽었더랬죠. 

시기로는 [우서]가 BC 26C~21C, [하서]가 BC 21-17C에 해당합니다. 


놀라운 일이죠. 서경 책을 최근에 구입했기에, 정말 빳빳한 새 책이에요. 

그렇지만 그 속의 내용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옛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습니다. 수천 년 전의 역사서를, 그것도 전설에 가까운 고대의 이야기와 정치 상황을 읽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죠. 

저도 오늘 발제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했습니다. 

아마 서시세미나 전체 공부 속에서 잊지 말고 가져가야 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서>의 분량은 짧습니다. 

<하서> 제 1장의 내용이 <우공>인데, 우왕이 세웠던 구주((九州, 아홉 개의 주)의 지형과 특산물 같은 것이 계속 소개돼요. 

 

발제 준비하면서 읽는데 너무 졸립고 한줄한줄 읽어나가는 것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루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분명 글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입가에 침을 흘리며 고개를 처박고 있는 저를 발견하는... 

이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던지, 정말 괴롭더라고요. 

흠, 이 부분을 어떻게 같이 읽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공구주도"라고 하는, 당시 구주의 산천을 그대로 그려낸 지도를 구글에서 찾아냈어요. 

그 지도를 샘들께 나눠주고 실제로 구주의 경계와 대표적인 산, 호수, 강들을 다 짚어가면서 하나하나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역사지리학 시간이 꽤 재밌는 지도 탐사 시간으로 변모된 것 같았어요. 

저도 혼자 찾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그냥 글자로 나열된 온갖 산천의 이름들만 보면 '이게 뭐야....' 싶은데, 실제 지도에서 하나하나 찾아보니까 <우공>에 묘사된 구주가 아주 현실감있게 다가오더라고요.  

다른 샘들도 재밌어 하시면서 엄청 집중해서 찾고, 서로 알려주고 하면서 지리학 부분을 잘 넘길 수 있었답니다. 

한문으로 되어있는 지도를 눈알이 빠져라 쳐다보시면서 기꺼이 참여해주신 샘들, 참 감사했어요~

아마 세미나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눈이 좀 뻑적지근 했을듯요~

 

<우공>의 공貢은 공부貢賦제도를 뜻합니다. 하나라 우왕이 세금을 부과하고 공물을 바치게 하는 시스템을 정립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 시스템은 산천을 경계로 나뉘어진 구주의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나 이 구주라고 하는 것은 당시 고대인들의 머릿 속에나 있던 추상적인 '천하'에 대한 개념이 실제 산천을 경계로 완전히 현실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천하'가 설정되었으니, 그 외부의 세력들도 자연스럽게 구분되면서 지역에 따라 사는 오랑캐들의 이름들도 각자 다르게 명명됩니다. 


구주 외에 오복 제도라고, 황제가 사는 "제도"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바깥 원을 그려가면서 5개의 복服을 운영하는 오복 제도에 대한 소개도 있었어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문명에서 야만으로. 내부에서 외부로 경계가 지어지며 그에 따라 부과되는 의무와 세금이 달라지는 시스템의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2장인 <감서>와 제 4장인 <윤정>은 모두 격문(출정하기 전에 장수들이 써내는 글)입니다. 

<감서>는 감 지방에 일어난 반란을 격퇴하기 위해 당시 왕이었던 계가 군사들에게 명령하는 글이고, 

<윤정> 또한 비슷합니다. 중강이라는 왕이 업무를 소홀히 한 신하들을 벌하려고 윤후에게 토벌을 명합니다. 중강의 명을 받아 출정을 나서는 윤후가 써낸 격문이 바로 <윤정>이에요.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것이었어요. 격문에는 전쟁을 잘 치르면 병사들이 받을 보상도 미리 제시하고, 만약 비겁하게 후퇴한다면 치러야 할 잔인한 벌 또한 빼놓지 않습니다. 동시에, 이 전쟁을 왜 승리해야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 또한 아주 논리적으로 세세하게 설명해요. 


그냥 윗사람이 명령 내리면 무조건 우아아악 하면서 뛰쳐나가야 하는게 전쟁인 줄 알았건만, 윗사람 또한 휘하의 장수와 군졸들에게 사전 프레젠테이션을 꼭 해줘야 하는 거예요. 자신의 글과 논리로서 말이죠. 

지금 우리가 무찔러야 할 적은 음양오행을, 즉 천지만물의 법칙을 저버린 대죄를 저질렀기에, 하늘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우리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위성이요. 


결국 기원 전의 고대이든, 기원 후의 현대 사회이든간에, 어떤 일을 벌이려면 남들을 설득하고 이끌 명분과 설득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감이당에서 우리가 배우는 말과 글 또한 어쩌면 가장 본질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실용적인 공부일지도 모르겠어요. 


제 3장, 오자지가는 계의 아들 다섯이 지은 노래입니다. 

시경과 비슷한 형식으로 시 다섯 수가 전개돼요. 

세상을 다스리고 평화롭게 이끌어야 하는 왕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멀리 사냥놀이를 하러 나간 형 태강을 원망하고 부끄러워하며 태강의 동생들이 만든 시라고 합니다. 


앞으로 서경 세미나를 무사히 잘 마치고 난 뒤에, 바로 시경 세미나를 여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인데요. 서경에서 잠깐이나마 시경 맛보기를 할 수 있는 장이라서 좋았습니다. 


특히 유명한 구절이 있어요.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굳어야 나라가 편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민유방본, 본고방녕" 

<오자지가>에서 재밌었던 점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정치적 방향성과 군주로서의 의무를 시의 형식에 담아냈거든요.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방대한 역사관이 들어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다른 참고 책을 읽어보니, 고대 세계에서는 유명한 시인들이 위대한 입법자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헤시오도스, 호메로스도 그렇고 <시경>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죠. 이렇게 시로써 정치와 법을 설명하면서 문명을 세우는 인간정신에 관해 논하는 거죠. 독특한 부분입니다. 시와 법? 분명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을 것만 같은데 먼 옛날에는 이렇게 경계없이 서로의 형식과 내용을 마음껏 넘나들었다는 점이요. 


<서경>을 공부하면 할수록 앞으로 남은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이 다음 시즌의 <시경>은 얼마나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점점 커집니다. 


이 두꺼운 책을 혼자 읽었다면 계속 졸기만 하다가 진도가 안나갔을텐데, 

도반들을 꾸리고 순서를 정해 발제하니 어떻게든 공부를 하게 되고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캐치해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질문은 더 깊어지고 답안은 더욱 세세하게 퍼져 나가는 효과는 덤으로 주어지고요. 

역시 세미나를 하는 것, 함께 읽는 것이 참 좋은 공부라는 것을 새삼 또 깨닫습니다. 


서경세미나 멤버들도 부디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발견해 나가시기를 바라며, 

우리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해요~ :)


이상으로 서경 세미나 두번째 후기를 마칩니당!

 

 

KakaoTalk_20210423_150724494.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