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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시즌1-8 마지막 후기. 수지비_THE PI HEX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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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뇽 작성일21-05-10 15:21 조회1,4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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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7

 

수지비 괘(THE PI HEXAGRAM)

 

안녕하세요, 드디어 영어 주역 시즌1 마지막 시간입니다!

두근 반, 세근 반으로 시작했던 영어 주역 첫 시즌이 이렇게 막을 내리다니, 

정말 감회가 새로운 날이었어요. 이런 식의 공부도 할 수 있구만!하는 가능성을 맛봤달까요?

아직 감이당에서 세미나를 열고 참여해본 경험이 그닥 많지 않은 저라서, 

기획 단계부터 탄생까지 직접 참여한 이번 영어 주역 시즌은 유달리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함께해주신 샘들, 감사해요!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어요. 

제가 분명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탈 때만 해도, 구름이 찌뿌둥하긴 했지만 이상 징후(?)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충무로역에 도착하자마자~ 뜨든!!

비가 미친듯이 쏟아붓더라고요. 

깨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빗물이 강물이 되어 콸콸 흘러내리고.... 

가방도, 옷도, 신발도, 양말도 축축~허니 난리난장인 상태로 겨우겨우 도착했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좋으련만, 하필 제 노트북이 고장이 나서, 한참 애를 먹다가 

결국 상헌샘의 노트북을 빌려 진행 준비를 겨우 마쳤어요! 빠르게 조치를 취해주신 센스만점 상헌샘,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ㅎ... 거하게 한바탕 액땜을 하고 난뒤,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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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로 공부할 괘는 수지비 괘입니다. 비,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괘에요. 

비(比)라는 한자 자체도 두 사람이 서로 기댄듯한? 모습이죠. 

Legge 선생님은 이 '비'자를 "결합"을 의미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서로 모여 결합하고 연합하려하는 것이 바로 비 괘라는 것이죠. 

아주 유용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the attachment of, seeking for union, be associated with. 

 

한 괘에 정해진 테마가 있다면, 그 테마에 맞는 단어들이 여섯 효사에서 계속 반복되거나 변주되어 나와요. 

그래서 영어주역을 공부하면 유의어들을 괘와 연결시켜 한 묶음으로 싸악~ 외우기가 정말 좋답니다. 

영어주역에서만 가능한 영어 공부팁!이기도 합니다~ 

 

비괘에서는 어떤 재밌는 번역들이 나왔을까요?

 

여덟 번째, 수지비 괘_THE PI HEXAGRAM

 

1. 초육효: Let (the breast) be full of sincerity as an earthenware vessel is of its contents

유부영길을 묘사한 것인데, the breast, 가슴에 성실함을 가득 채우라,고 번역한 것이 독특했습니다. 

이걸 굳이 breast라고 했어야만 할까? 하는 의견들도 나왔어요. breast는 말 그대로 '흉곽, 가슴, 유방'을 가리키는

신체 용어이기 때문이죠. 꼭 가슴에 채워야 하나? 우리가 성실함과 진실함을 채운다고 할 때 가슴에만 채우나?

한마디씩 오고간 단어가 이 breast였답니다. 

earthenware, 이 단어는 earth-en-ware 이렇게 분해해서 볼 수 있겠는데 진흙으로 만들어 구운 도자기들을 뜻합니다. 도자기에 내용물을 가득 채우듯, 성실함을 내면에 채워라,는 정도로 풀이해볼 수 있겠네요. 

종래유타길, 이걸 bring the other advantages라고 썼는데 "other"라고 번역한 건 좀 안 맞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길함'이라는, 예상치 못한 종류의 복이라는 뜻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그러면 다른 단어는 뭐가 가능할까요?라고 여쭤봤더니 'unexpected' 정도가 좋지 않겠냐는 대답이 있었습니다. 

unexpected도 좋고, not intended 같은 말도 좋은듯 해요. Legge 선생님의 번역을 토대로 단어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바꾸거나 문장을 새로 만들어보는 '영작'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겠죠? 주역으로 영작해보기! ㅎㅎㅎ

 

2. 육이효: union and the attachment proceeding from the inward mind

육이효는 비지자내, 정길입니다. 자내(안으로부터)를 inward mind에서 기인하는 결합the attachment으로 풀이하셨네요. 주석을 보면 이 이효가 중中을 차지하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오효와 응하면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자리라고 써놓으셨어요.  

 

3. 육삼효: seeking for union with such as ought not to be associated with

육삼효는 비지비인입니다. 결합해서는 안되는 것과 합친다는 것이죠. ought not to be!

부정적인 뉘앙스죠. Legge 선생님께서는 자리가 중도 아니고 정正하지도 않는데다가 

위아래 육이효와 육사효 모두 음효라 육삼효를 도와줄 이가 없다, 그래서 좋지 않다라고 풀이하십니다. 

 

4. 육사효: seeking for union with the one beyond himself

외비지, 정길입니다. 여기서 외外는 구오효를 뜻한다고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육사효himself를 넘어선beyond 누군가the one가 바로 외外이고, 그것이 수지비 괘의 유일한 양효인 구오효라는 것입니다. 음효이면서 음효 자리에 잘 앉아있는 육사효이기 때문에 이런 행운이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Legge 선생님께서는 철저하게 자리 위주로 해석을 많이 하십니다. center, proper place, not in correct place...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5. 구오효: the most illustrious instance of seeking union

오늘 영어주역괘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바로 이 구오효였어요. 

그만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많은 의견이 튀어나온 효사입니다. 

현비, 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 

현비-이 효사가 결합을 아주 잘 보여주는 일종의 사례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잘 보여주느냐 하면, 

왕용삼구-the king urging his pursuit of the game (only) in three directions, 

왕이 사냥에서 오직 세 가지 방향으로만 사냥감을 몰고, 

실전금-and allowing the escape of all the animals before him 

자기 앞에 있는 동물들은 도망갈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

 

제가 주역에서 제일 좋아하는 문장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왕용삼구"입니다.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사냥감을 몰 때 한 구역은 도망가라고 일부러 틔워놓는다는 것이요. 

Legge 선생님께서 덧붙인 주석을 보면, 고대 왕들이 주기적으로 시즌별 사냥 원정을 떠났는데, 

룰은 원정에 따라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적으로 지켰던 것 하나가 바로 이 "왕용삼구"의 룰이었다고 해요.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읍인불계" 부분이었습니다. 

읍인들'을' 경계하지 않는 것인지, 읍인들'이' 경계하지 않는 것인지?

 

그럼 사냥에 왜 읍인들이 있을까? 고대 사냥 풍속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장면이 왜 왕의 자비와 연결되는 것일까? 사냥이 아니라 전쟁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

읍인들을 경계한다면 왜 왕이 읍인들을 경계해야 할까?

읍인들이 경계한다면 그 읍인들은 왜 왕의 무리를 경계할까?

그리고 이 사냥 다음에 왜 '불계-경계하지 않음'가 나올까?

 

사냥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리 창희샘께서 어린 시절 '토끼 몰이'를 하시며 놀았다는 

아주 재미난 에피소드가 난데없이 튀어나와 모두를 빵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읍인들이 경계하지 않는다'가 더 맞지 않겠나하는 쪽으로 갈무리가 되었답니다. 

 

왕이 사냥을 하러 원정대를 이끄는 거대한 행차는 그 읍국에 사는 읍인들로 하여금

엄청난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그래서 한 쪽 구역을 열어두고unguarded, left open 

동물들을 잡지 않는 사냥쇼를 보여줌으로써 읍인들로 하여금 더이상 불안하지 않게 한다는

그런 해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상육효: without having taken the first step

비지무수, 흉입니다. 무수無首, 머리가 없다는 것을 첫 단계를 밟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어놨네요. 

주석에 보니 too late너무 늦었고, time is past시간이 지나버렸다고 얘기하고 계십니다. 

상육효라는 자리 자체에서 나오는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오효를 지나쳤으니, 꼭대기의 상육효는 

시간이 지나버린 타이밍인 것이죠. 

 

막판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시간이 조금 경과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끝까지 차근차근 자신의 의견들을 정리해서 말씀해주셨던 심우당 선생님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늘 색다른 질문으로 논쟁의 포문을 열어주시는 곰샘, 

정이천/소동파/왕부지 등 여러가지 주역 해설을 꿰고 계시면서 다양한 해석 버전을 술술 들려주셨던 창희샘과 주란샘, 

느릿하고 여유로운 말투로 천천히 생각을 말씀해주시고 재밌게 참여해주셨던 상헌샘, 

갑작스러운 드립과 농담 투척으로 저희들을 빵빵 터뜨려주셨던 유나샘, 

번역도 꼼꼼히 준비하셔서 꾸준히 잘 참여해주시고 영어주역의 멤버로 늘 한자리를 맡아주셨던 목인샘, 선학샘, 석영샘까지!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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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첫 시즌은 아주 색다른 관점에서 주역을 공부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한 괘를 2시간여 동안 계속 토론하고 애매한 영문, 한글 번역들을 동시에 전부 짚어볼 수 있었어요. 

거기서 그동안 미처 질문할 겨를이 없었던 새로운 질문들, 의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답안이 도출되는 것도 있었고, 

제각기 다른 번역본들을 영차영차 가져와서 이리저리 들춰보며 엄청난 추리를 해보기도 했어요. 

(마치 사건 현장을 재해석해보는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이 와중에 장자방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시며

여러 권의 책들을 전부 펴서 주해들을 살피신 창희샘, 대단하십니다. 따봉!)

끝끝내 해결되지 못한 의문점들도 많았지만, 고대사의 문화와 풍속을 더 심도있게 탐구해봐야 한다는 

새로운 영역의 공부를 떠올리게 했어요. 꼬리에 꼬리를 잇는 공부랄까요? 

여기서 딱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범위의 공부와 화두로 자연스레 연결되어가는 것이 

영어주역 세미나의 가지치기입니다. 이 공부과정 속에서 영어, 고대사, 서양 철학, 동양 철학... 등 얼마나 많은 영역의 가지치기를 해나갈 수 있을지, 더욱더 기대됩니다. 

 

이상으로 영어주역 시즌1 후기를 모두 마칩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시즌2에서 다시 만나용^^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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