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주역 세미나 일요반] 융 서문 읽기-3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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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nowbird 작성일23-03-22 20:37 조회398회 댓글1건본문
【주역 영어 서문 세미나 3주차 후기】
처음 1,2주가 워밍업의 시간이었다면 이번 3주차는 처음으로 칼 융의 서문 읽기를 시작한 본 게임의 시간이었다. 주역이라는 안개 속 미지의 거인을 향해 우리는 칼 융이 닦아놓은 오솔길을 조심조심 서로 부축하고 손잡아 가며 90분 동안 걸어갔다.
융은 서문 초반에서 레게의 번역본에 대해 평가절하며 레게 자신이 한 말을 각주의 형태로 인용했는데 이 부분이 특히 어려워서 여러 샘들이 으쌰으쌰 달려들어 함께 해결을 하기도 했다. 융이 각주에서 인용한 레게의 말인즉슨 ‘주역은 상징이고 상징은 시의 영역인데 우리에게는 주역이 케케묵은 헛소리로 들린다, 또 괘의 교훈이라는 게 왜 하필이면 작대기들의 마구잡이 조합으로 전달되어야 하는가’ 등이었는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그렇게 레게 스스로가 주역에 대해 확신도 애정도 없었다면 번역은 왜 했을까? (혹시 융의 인용이 악마의 편집이었나?)
이어 등장한 문장에서는 일부 오타가 있어서 바로잡고 넘어갔는데 (~prejudices of the Western mind, itis~ ⇒ ~prejudices of the Western mind. Itis~), 이게 오타임을 홍혜정 선생님이 당신의 빌헬름의 영어 번역본을 통해 확인해 주셨다.(이 분, 칼 융 전집도 갖고 계시던데, 칼 융 덕후이신 듯.)
다음은 우리가 함께 읽어나간 부분에 대한 간략한 정리글이다.
▶ 주역이 그동안 서구에서는 난해하거나 혹은 전혀 가치없는 주술모음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음.
▶ 빌헬름 이전에 유일한 번역본인 레게의 주역번역은 서구인들에게 주역이 가까워지도록 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함. “상징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시적이어야 하는데 역에 나오는 상징들은 너무 진부하고 퀘퀘묵어 보인다” “주역은 왜 굳이 작대기들의 뒤죽박죽 조합을 통해 교훈을 전달해야만 하는가.” (레게 번역본 중 레게 본인의 말)
▶ 반면에 빌헬름은 서구인들이 주역의 상징을 이해하도록 길을 열어 주었으며 충분히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주역의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점, 레게와 달리 주역점을 스스로 쳤다는 점 등에서.)
▶ 서구인들이 주역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가진 기존의 선입견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 서구의 과학은 인과율을 기반으로 한다. 과학의 자연법칙이 엄격한 통제가 가능한 실험실에서 도출된 것인데 비해 실험실 밖의 현실은 너무도 많은 우연이 개입함으로써 법칙이 상정하는 인과관계대로 되는 상황이 오히려 예외일 정도이다.
▶ 주역에서 작동하고 있는 중국인의 마음은 이런 우연에 주목한다.
▶ 인간은 우연이 초래하는 고통과 위험을 줄이거나 맞서 싸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우연이 초래하는 현실의 결과에 비하면 실험실의 이론 따위는 너무도 창백하고 따분하다.
▶ 이론상 석영 결정체는 육각형이다. 그런데 현실의 석영 결정체가 육각형인 것은 맞지만 서로가 다 다른 육각형이다. 중국인은 현실의 이 서로 다른 육각형들에 주목한다. 즉 주역이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은 인과율이 아닌 우연이다.
▶ 서양인의 사고가 분류하고 범주화하고, 계량하고, 고립시키고 하는 반면에 중국인의 사고는 그 순간의 모든 것, 아주 세밀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포괄한다. 따라서 동전을 던지든 시초 49개를 셈하든 그 순간의 디테일들이 서양인의 눈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그 순간에 속한 고유한 특성으로 보인다. 그것은 마치 와인 감별사가 와인을 잠깐 보고 그 산지와 연도 등을 알아맞히는 것, 혹은 골동전문가가 쓱 보기만 해도 지역과 제작자 등을 바로 알아맞히는 것과 같다.
▶ 다시 말해서 역경은 만든 사람은 궤가 어떤 달력의 절기나 시계보다도 특정 순간을 더 잘 나타내는 인자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 주역도 감이당도 처음인 나, 그나마 귀동냥으로 들어 아는 건 칼 융밖에 없으면서 이 세미나에 덜컥 발을 들여놓았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진심이다. 지금으로서는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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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진님의 댓글
형진 작성일정성이 흠뻑 느껴지는 후기네요 ㅎㅎ... 간략한 내용 정리가 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