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숙(금요대중지성)
水天 需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九三, 需于泥, 致寇至.
六四, 需于血, 出自穴.
九五, 需于酒食, 貞吉.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살아간다는 건 늘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인 것 같다. 어릴 적 동생과 함께 시장간 엄마가 돌아오길 버스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해질 무렵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내리는 엄마를 보며 뛰어가던 우리들. 그 기다림은 참 행복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그런 기다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것에 대한 기다림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늘 약간은 긴장되고 초조하고 애가 탄다.
수(需)는 기다림의 괘이다. 상괘인 감(坎)괘는 빗물을 상징하고, 하괘인 건(乾)괘는 하늘을 상징한다. 괘상(卦象)으로 보면 하늘에 구름은 있으나 기다리는 비 소식은 아직 없는 것. 이것이 기다림이라는 것이다. 수천수의 효들은 여러 기다림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외에서 느긋이 기다리며 항심을 유지하는 초효(需于郊 利用恒)부터 기다림에 지쳐 피를 흘리며 자신의 동굴에서 나오는 사효까지(需于血 出自穴). 그런 모습들을 보자니 기다릴 일이 있을 때 나는 어떻게 기다렸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기다림이 있었지만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창이지’와 관련된 기다림이었다. 서울에서 창원을 오가길 어언 5년째. 창원에서도 세미나를 열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창이지’라는 공간을 열었다. 그 과정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많은 일들을 했다. 세미나 프로그램을 짜고, 전단지를 뿌리고, 밴드를 만드는 등등. 그러고는? 초조한 기다림이 있었다. 주역 세미나가 있던 첫날을 잊지 못한다. 월요일 10시에 시작한다고 공지가 나갔는데 5분전까지 한명도 오지 않았다. 그 초조함이란. 미리 세미나비를 입금한 한 사람이 있었고, 오겠다는 사람도 있었으나 정작 시작 5분전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10시 정각. 한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고, 5분 후 또 한사람. 그렇게 4명이 모였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문을 열며 들어서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나의 기다림은 너무나 애가 타고 초조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