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것이 무슨 재미없는 소리란 말인가! 이것이 죽음 앞에서 깨달은 삶의 진정한 목표라니… 하지만 진종은 정말 그렇게 느꼈고, 진심을 다해 친구에게 그 한마디를 해 주기 위해 잠시나마 이생으로 달려왔다. 이것은 정말 진종의 깨달음인 것이다.
보옥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진종은 저승사자에게 가버려서 보옥이 그 마지막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깊은 슬픔에 빠져들어 이후 한동안 혼이 나간 듯 시간을 허비하고 마는 것을 보면, 친구의 죽음은 슬프지만 충고는 귓등으로 들은 것이 확실하다.
보옥은 평소에 저런 말을 냄새가 난다고 하며 딱! 싫어했다. 그래도 그렇지, 가장 친한 친구가 그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 준 말이니 귀 기울여 듣고, 진심으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유언이 가지고 있는 무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왜냐하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이라는 사건에 직면하여 깨달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무게는 보옥이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듯하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충고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산 사람들이다. 부모나 선생 모두 ‘내가 살아보니’라는 말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그 세월 속에서 자신이 느낀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것도 우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그런데도 왜 우리 귀엔 그저 ‘꼰대의 잔소리’로 느껴질까? 우리보다 먼저 살았다고 해서 그 말이 나에게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고 해서 그 말의 무게가 나의 삶을 짓누를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