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감이당 금요대중지성)
火山旅 ䷷
旅 小亨 旅貞 吉.
初六 旅 斯其所取災.
六二 旅卽次 懷其資 得童僕貞.
九三 旅焚其次 喪其童僕貞 厲.
九四 旅于處 得其資斧 我心 不快.
六五 射雉一矢亡 終以譽命.
上九 鳥焚其巢 旅人 先笑後號 喪牛于易 凶.
얼마 전, 감이당 식사당번을 하면서 막간을 이용해 장금샘이 ‘별자리’를 봐줬다. ‘별자리’로 나를 해석해보는 게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장금샘의 설명에 의하면 나는 처녀자리와 양자리에 기운이 몰려있는데, 처녀자리의 세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처녀자리의 특성은 봉사와 헌신을 좋아한다. 특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능력을 발휘하며 빈틈없이 관리를 한다는 거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왜 이렇게 기운이 치우쳐 있을까’, ‘그래서 지금껏 내 것만 챙기며 좀스럽게 살았나?’라는 자의식이 확하고 올라왔다.
헌데 그 날 밤, 갑자기 낮에 봤던 별자리의 원형이 떠오르면서 그 위에 우주 공간이 포개져서 나타나는 거다. 우주가 나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비어있는 별자리는 내가 가보지 못 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는 낯 선 우주 공간,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 한 삶을 새롭게 여행한다는 맘으로 살아보자.’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주역에서 여행에 대해 얘기하는 ‘화산려괘’가 궁금했다. 여괘에서는 익숙한 곳을 떠나 낯 선 공간을 유랑하는 상황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여행자가 갖춰야 할 도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화산려괘의 여(旅)는 심신을 달래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관광’의 차원이 결코 아니다. 산위에 불이 나 자신의 터전을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된 것이니 불안하고 곤궁한 자의 여행이다. 헌데 불이 나서 집을 잃게 되었다고 다 떠남을 선택할까? 오히려 그런 때일수록 익숙한 그 곳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괘의 괘사에서는 오히려 떠나는 것이 형통할 수 있고, 그런 중에 올바름을 얻으면 길하다고까지 이야기한다. (旅 小亨 旅貞 吉.) 왜일까? 여괘의 형통함과 길함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