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금요대중지성)
重火 離 ䷝
離, 利貞, 亨, 畜牝牛吉.
初九, 履錯然, 敬之, 无咎.
六二, 黃離, 元吉.
九三, 日昃之離, 不鼓缶而歌, 則大耋之嗟, 凶.
九四, 突如其來如, 焚如, 死如, 棄如.
六五, 出涕沱若, 戚嗟若, 吉.
上九, 王用出征, 有嘉, 折首, 獲匪其醜, 无咎.
올해 공부의 일환으로 ‘공부하는 노인 되어 보기 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명 <공로상 프로젝트>이다. 40대에서 60대까지, 중장년층의 참여로 이루어진 공부 모임이다.자본주의에 예속된 인간의 무의식을 파헤치는『안티 오이디푸스』를 바탕으로 해서, 이 시대에 끌려다니는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토론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함께, 또는, 각자 자신의 삶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간 평가를 해보자면,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솔직히 말해,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우려되는 점이 많았었다. 진행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 이 실험에 대해 미심쩍은 마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자들 모두『안티 오이디푸스』가 처음일 뿐만 아니라 몇몇 분은 서양 철학을 처음으로 공부하는 분들이셨다. 이분들이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밥까지 나누어 먹으며 하루를 같이 보내야 했다. 그것도, 어렵고 어렵다는『안티 오이디푸스』와 함께. 더구나 프로그램 안에는 공부뿐만 아니라, 명상, 산책, 탐방, 관람 등, 체험 활동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참여자들의 능동성이 필요했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실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시작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의 분위기가 그것을 말해 준다.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에 보여주었던 책에 대한 거부감과 토론의 두려움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활동에 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반영되기를 원한다. 아무튼, 참여자들은 현재 이 프로젝트를 즐거워하는 듯 보인다. 결석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 즐거움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사실 이 즐거움을 누리게 된 배경에는 주역의 힘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화리 괘. 올해 초 중화리 괘의 구삼효를 공부하며 노년을 앞둔 나의 마음을 점검해 보았다. 그리고 노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화리괘의 구삼효는 이 프로젝트의 명실상부한 가이드 효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중화리(重火離)는 한자 그대로, 두 개의 불이 중첩된 때와 상황을 보여준다. 그냥 불이 아니라 아주 큰불이 활활 타오르는 형상이다. 느므느므(너무너무) 크고 뜨거운 불. 리괘는 이 상황을 통해 불이 어디엔가 붙어 타는 것처럼 세상의 이치란 어떤 것이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붙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지만 붙어서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영속되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크고 뜨거운 불일지라도, 반드시 타다가 잦아드는 시기가 온다. 그때가 하괘의 구삼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