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를 만난 이후 나의 ‘당연히’들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당연히’들이 구성된 지반을 잘 보여주었다. 그 지반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을 때, 나는 그것을 좇아 사느라 힘들었었다. 그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큰 잘못을 한 것 같았었다. 조심조심 ‘당연히’들을 지키며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었다. 그럼 이제는? 절대적인 것도 아닌 것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네. 괜히 피곤하게 살고 있었네. 그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면 되겠군. 신난다!
그렇게 나는 멈춰섰다. 편안함 위에, 푸코를 새로운 진리로, 또 다른 당연함으로 붙잡으면서 말이다. 이는 공부하기 전에 있던 ‘당연히’를 다른 ‘당연히’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가 하는 고민을 배우는 대신, 나를 불편한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내용만 취하고 있었다. 나아가 내가 자유롭게 되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아주 쉬운 방식을 찾아냈다. 배운 내용을 진리로 받아들이기. 그것으로 나의 편안해진 삶을 계속 유지하기.
『말과 사물』은 이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 진리에 기대고 싶은 마음을 흔든다.편안함에 주저 앉으려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이제 자신의 질문을 놓치지 않고, 지난한 싸움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내는 푸코의 공부가 배우고 싶었다. 나의 ‘당연히’를 뿌리째 뒤흔드는 공부를.
잘 가 ‘당연히’~. 나는 이제 푸코와 함께 새로운 길을 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