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였다. 여섯 살 많은 언니가 추는 춤이 너무 좋아 보였나 보다. 하도 졸라대서 시켜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차이 나게 작은 것이 신나게 대장 노릇을 하며 뛰어다녔단다. 엄마가 알려준, 내가 춤을 만난 첫 장면이다. 그저 언니를 따라 하고 싶었는지, 예쁜 옷에 곱게 화장한 모습이 좋았는지, 아니면 원초적인 움직임에 담긴 쾌감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런 활발함과 씩씩함은 그때 다 불살라 버렸던 건지 이후 내가 기억하는 나는 남들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주변인이자 이상주의자였다. 그런 성격으로 남들 앞에 서는 무대예술을 한다는 것이 모순 같지만, 오히려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짙은 화장에 영혼 없는 웃음으로 가득한 춤 공연을 볼 때마다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던 것이. 진실한 마음을 몸에 담아 움직인다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 것이.
전통춤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언어들과 만났다. 엎고 제치기, 맺고 풀기, 감고 뻗기와 같은 움직임 말들은 굴신과 회전의 반복을 통해서 호흡의 순환, 기운의 변화, 음양의 조화, 태극의 운용과 같은 말들로 이어졌다. 춤이란 호흡과 기운의 변용이며,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태극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것이라 배웠다. 팔다리가 먼저 움직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깊은 곳에서부터 기운의 싹을 틔워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움직임을 찾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 움직임의 기본 원리이고 우주 자연의 원리이며, 동양 사상의 정수와 맞닿아 있다는 말이 조금씩 머리에서 마음으로 흘러 내려왔다. 그 동양 사상이라는 것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나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