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S는 대학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공부를 했고, 졸업 후 그 공부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자리도 잡았다. 하지만 언제나 남들이 시키는 일만 해야 했고, 일과 삶이 분리되어 돌아가는 일상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하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 다시 공부의 세계로 찾아온 케이스다. 그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의 삶의 길을 ‘주역’에서 한번 찾아보자. 우선 수산건 괘의 괘사에서는 “고난의 때에는 서남쪽이 이롭고, 동북쪽은 이롭지 않다.”(蹇, 利西南, 不利東北)고 했다. ‘주역’에서 서남쪽이 상징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일에 충실한 것을 말하고, 동북이 상징하는 것은 큰 변화가 있는 도전적인 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인생에서 어떤 때에는 큰 변화가 있는 도전적인 일로 나아가야할 때가 있지만, 또 다른 때에는 현재 자기가 감당하기 쉬운 곳에서 순리에 따라 처신해야 하는 때도 있다. 공자님은 「단전」에서 지금은 고난과 위험 앞에서 그 “위험을 보고 멈추어 설 수 있으니, 지혜롭구나!”라고 말한다. 청년 S의 경우 공부와 삶이 분리되고, 남이 시키는 일만하다보면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험을 본 이상 함부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다행이 스스로 자신을 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공부가 중심인 곳에 왔으니, 일단은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혜로운 선택이 다는 아니다. 군자의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실천 강령이라 할 수 있는 「대상전」에서 “군자는 고난의 모습을 관찰하여 자신의 덕을 수양”(反身修德)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또 그 소리냐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질문해 보자. 그리고 주역의 가르침을 따라가 보자. “멈추어 서서 자신의 덕을 수양한다.”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어지는 효사들에서 반복되는 ‘온다’(來)는 말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지금 청년 S가 집중해야할 것은 정이천이 말하듯 ‘기미를 파악하고 때를 아는 아름다운 능력’(來譽)(정이천, 『주역』, 779)을 가지기 위한 공부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했고 관련 분야의 직업을 얻었으니 승승장구하면서 계속나아가고 있다는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청년 S가 풀어야 할 과제는 1년 전, 직장을 그만 두고 공부의 세계로 돌아오면서 보게 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 ‘스스로 나아가고 오는 때’를 아는 힘을 갖는 것이다. 이 힘은 우선은 자신을 보는 것에서 생기겠지만, 앞으로 청년 S가 맞이할 때(時)와 위(位)에 따라 때로는 ‘돌아와 아래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자’(來反)가 되는 것에서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연대하는 자’(來連)가 되는 것에서 생기기도 하며, 때로는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규합’(朋來)하는 데에서 생기기도 할 것이다. 이 과정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면, 청년 S는 올 초 주역 점에서 얻은 수산건 괘, 상육효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이제 ‘크고 관대하여 여유로운’(來碩) 때를 만나 ‘길하고, 대인을 만나 이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함부로 나아가지 마라. 혹 나아가더라도 이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늘 가슴에 품고 살고, 이 힘을 키우기 위해 언제든 다시 돌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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