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중뢰진의 두 번째 효가 나왔다. 중뢰진은 우레가 중첩된 괘. 우레가 한 번 쳐도 두려운데 우레가 더블로 친 상황! D의 심리 상태를 보니 천하를 진동시킬 만큼의 두려움이 엄습했구나 싶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먼저 우레가 치는 이유부터 알아보자. 우레는 구름의 마찰로 인해 생기는 전류인데 이것으로 인해 만물이 진작된다. 지구에 생명이 생긴 것도 우레 덕분으로, 생명 탄생은 고압의 전기가 지구에 닿으면서 여러 물질이 생성되었고 이것이 융합한 결과인 것이다. 번개는 대기 중 방전 현상인데 이때 빛이 발생한다. 번갯불이 지나간 자리의 공기가 급속도로 가열되어 초음속으로 팽창하면서 엄청난 소리가 난다. 즉,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는 생명이 진작되기 위한 진통과도 같은 것이다.
중뢰진의 괘사는 “진은 형통하다. 우레가 진동이 일어날 때에 돌아보고 두려워하면, 웃고 말하는 소리가 즐겁다. 우레가 백 리를 두렵게 하더라도 울창주를 잃지 않는다.”(震亨. 震來虩虩 笑言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이다. 당연히 우레가 치면 두렵다. 하지만 우레가 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변화를 알리는 예고음이나 전주곡으로 들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주역은 이런 경지를 웃고 말하는 소리가 즐겁다고 한 것이다. 울창주란 제사에 올리는 술로 우레가 치듯 두려운 상황에서 제사를 지내는 마음, 즉 정성과 공경의 태도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외부의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심연과 만나야 한다. 기존의 나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를 창조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때 내면에 우르르 꽝꽝 우레가 칠 것이고, 그 격한 변화에 두려움이 밀려올 것이다. 그때 제사를 지내는 마음이 중요하다. 두려움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글을 쓰는 본연의 목적을 상기하는 마음이 울창주를 올리는 마음이 아닐까.
이제 청년 D가 뽑은 두 번째 효로 더 들어가 보자. “우레의 진동이 맹렬하게 와 위태로워서, 재물을 잃을 것을 헤아려 높은 언덕에 올라가니, 쫓아가지 않으면 7일 만에 다시 얻는다.”(震來厲 億喪貝 躋于九陵 勿逐七日得.)였다. 우레가 치자 혼비백산하여 현재 가진 재물을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높은 언덕에 올라갔는데 그것을 찾으려고 애쓰려고 하지 말고 7일을 기다리면 얻는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D에 적용해보자. 48명 중 47명이 완성하고 자기만 남았으니 완성 못할까봐 조급함이 증폭되었다. 이 자체가 우레가 치는 듯 한 두려움으로 볼 수 있다. 재물을 좇지 말라는 것은 완성에 급급하지 말고 오직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여 그 문제를 풀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다보면 7일 만에 다시 재물을 얻듯이 자연스럽게 글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점사가 이러하니 난 D에게 남과 비교하지 말고 글쓰기의 본래 목적만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그 이후로도 D는 2주를 끙끙 앓으면서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고 결국 글은 완성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도 하다. 만약 점사가 ‘얻는다(得)’가 아니라 ‘흉(凶)’으로 나왔으면 어떻게 조언했어야 하나. ‘7일을 기다리면 얻는다’는 점사가 너무 적절해서 신기할 따름이다. 이것이 천지와의 감응의 결과이지 무엇이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48명이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쳤다. D를 포함한 모두가 글을 쓰면서 자기 안의 우레를 만났을 것이다. 태초에 천둥 번개와 함께 생명이 창조되었듯, 이 글을 출발점으로 모두 자기 안의 생명력이 진작되기를! 삶의 여정에서 안팎으로 우레가 칠 때 마다 두려워 떨지 말고 울창주를 올리는 정성과 공경의 마음으로 내 안의 생명력과 마주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