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숙(금요대중지성)
地水 師 ䷆
師, 貞, 丈人, 吉, 无咎.
初六, 師出以律, 否, 臧, 凶.
九二, 在師, 中吉, 无咎, 王三錫命.
六三, 師或輿尸, 凶.
六四, 師左次, 无咎.
六五, 田有禽, 利執言, 无咎, 長子帥師, 弟子輿尸, 貞, 凶.
上六, 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어떤 일에서건 다툼(訟)이 일어나면 반드시 무리(師)가 지어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 또는 명분에 따라 하나의 무리를 선택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싸움판이 벌어진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싸울만한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것이 그다음으로 좋으나, 피할 수 없을 때는 적극적으로 싸워야한다. 지수사(地水師)괘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지수사괘를 공부하다 오래전에 남녀로 갈라져 싸웠던 일명 ‘커피전쟁’이 생각났다. 20대 때 특허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연봉이라든지 시간 등 근무조건이 여러 면에서 괜찮았다. 당시 소장님에겐 이상한 고집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업무에 효율이 오른다는 거였다. 이를 위해 여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30분씩 일찍 출근해서 커피를 탔다. 입소했을 때부터 정해져 있던 규칙이라 처음 몇 달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일을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출근해서 느긋하게 신문을 펼치며 여직원들이 주는 커피를 받아 마시는 남자직원들을 보면, 그 면상에 뜨거운 커피를 부어버리고 싶었다. 왜 여직원만 커피를 타야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원래 그러했다’는 이유로 묵살되었다. 불만은 점점 커졌고 급기야 아침커피를 두고 여직원과 남직원이 편을 갈라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자들은 기득권을 놓기 싫었고, 여자들은 억울했다.
지수사의 괘사는 정(貞)으로 시작한다. 정은 바름이다. 무리를 이끌어 싸움을 하는데 그 대의가 올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다음은 장인(丈人)이라야 길(吉)하다이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시시각각의 상황에 맞게 대처하려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진두지휘해야 하는 건 상식. 우리는 가장 경력이 많은 대빵 언니를 중심으로 뭉쳤다. 경력이 가장 많으니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명분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아침커피가 필요하다면 남녀가 모두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이상해졌다. 애초 싸움의 계기가 된 아침커피 문제는 점점 희미해지고 두 진영(남,녀)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서로를 비방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무실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소장님은 우리들을 불렀고, 결국 필요한 사람이 각자 알아서 타 먹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마 소장님의 중재가 없었다면 끝 모를 진흙탕 싸움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