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출산을 해볼 것인지 고민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병원에서 ‘자연분만’ 한다는 것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 걸까? 임신부들은 이제 합성 옥시토신인 촉진제를 시작으로 무통 주사를 맞고, 아이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회음부 절개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잘 내려오지 않을 경우엔 위에서 배를 누르거나, 기구를 이용해서 아이를 빼내곤 한다. 그러니까, 의료진에 의해 거의 아이가 꺼내지는 식이었다. 임신하며 아이에게 안 좋은 것은 최대한 피하면서 평화롭게 지냈는데, 척추에 직접 마취제를 넣다니! 게다가 무통주사의 부작용도 있단다. 시누이가 말했다. 자신은 무통 주사가 안 받아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고.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은 출산 3대 굴욕이라 불리는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최대한 인위적인 처치를 하지 않고 낳는 것을 말한다. 사실 예전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방식의 출산이었겠지만, 이제는 ‘자연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나는 집이나 조산원 등 너무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출산하는 영상을 보고 남편에게 말했다. “나 저렇게 아기 낳고 싶어!”
의외로 서울에서 자연주의 출산하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산모의 99%는 병원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출산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는 그냥 낳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돈이 들었다. 일반 출산보다 자연주의 출산은 특수한 경우(?)라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 조산원에 따라 한 130만 원 정도 또는 그 이상 들었다. 두 비정규직 백수에게 자연주의 출산은 부담이 되었다. 상담 후 무엇보다 비용이 걱정되긴 했지만, 우리는 과감히 여기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이와 엄마가 편안한 상황에서 출산할 기회, 한 번뿐인 기회를 저렴한 병원비 때문에 포기할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