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천택리 괘는 이와는 달리 우리에게 각자 삶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천택리 괘, 초구 효에서 “본래대로 행하여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素履 往 无咎)고 말한다. 소(素)는 ‘본디’, ‘바탕’, ‘질박’, ‘꾸밈없음’ 등의 뜻이고, 리(履)는 ‘실천한다’, ‘행한다’, ‘밟는다’는 뜻이다. 「계사전」에서도 “리(履)는 인간이 밟고 가야할 아주 기초적인 세계를 말하기에 이를 덕의 기본”(도올 계사전 강의, 247)이라고 했다. ‘주역’에서 소리(素履)란 ‘자기 본성에 어긋나지 않게’, ‘자기 결대로’, 혹은 ‘소박하고 정성스럽게’ 삶에 임하는 태도를 말한다. 천택리 괘, 초구 효를 해석한 상전에는 “본래대로 밟아 나아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행하는 것이다.”(素履之往 獨行願也)고 말하고 있다. 소리(素履)를 실천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던 바를 다른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과 힘으로 행하는 것이다. 하여, 우리도 이제 삶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 다른 기준은 버리고 나에게로 시선을 돌려보자. 생각해보면, 내 삶의 길을 새롭게 열어보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처음부터 남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 이런 것들은 뒤로하고, “내 본성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가져보자. 우리가 먼저 이렇게 질문한다면, 주역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지금의 네가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미약하면 미약한 그대로, 꾸밈없이 나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우리 삶은 형통할 것이고, 삶의 허물은 하나하나 줄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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