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스스로를 부정적인 감정에 빠뜨리면서까지 권력욕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은 커플들 사이에서 아주 빈번하게 나타난다. 내가 어딘가 기분 상했음을 뿜어내어 상대가 내게 관심 갖길 바라는 것, 난 너무 힘들고 아프다고 느끼면서 나를 몰라주는 상대에게 마구 화를 내는 것. 생각해보니 10대 때 봤던 인터넷 소설에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연인 때문에 여주인공이 자살을 하는 이야기도 그려졌었다. 그런 매체에 노출되기 쉬웠던 여성들은 파괴적인 방식으로 권력욕을 얻는 연애를 머릿속에 떠올리기가 더욱 쉬워진다. 어디 인터넷 소설뿐이겠는가? 그런 식의 테마는 드라마, 광고, 영화의 단골요소다. 우리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인기를 끌겠다는 심산으로 말이다! 그리하여 히틀러가 되기를 욕망하는 씨앗은 도처에 뿌려진다. 우수수, 우수수.
게다가 이 욕망은 연애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이 욕망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은 내가 종종 끄집어오는 ‘가족’이라는 장이다. 너무나 우리의 존재 자체와 결합되었기에, 스스로가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기가 정말 어려운 바로 그곳.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는 우리에게 욕망 씨앗을 뿌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욕망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낱낱이 보여주기도 한다. 한때 한창 유명했던 드라마 ‘SKY 캐슬’은 그 드라마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지금 부모와 아이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부모와 아이, 특히 엄마와 아이 사이는 강렬한 쾌감이 발생하는 자리다. 엄마는 자신의 몸에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를 내 ‘소유’라고 생각하기가 무척 쉽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내꺼’인 것이다. 그러니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무진장 투사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 이거야말로 캐슬가 엄마들이 기가 막히게 보여주지 않았나? 자신들이 움켜쥐어온 캐슬을 그대로, 아니 더 튼튼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아이들을 쥐고 흔드는 엄마들, 아니 히틀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