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 4년(1509) 가을, 초3일, 서울(북경)에서 이목(吏目)이 내려왔는데,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들 하나 종복 하나와 함께 부임지로 가는 길에 용장을 지나다 묘족 민가에 묵게 되었다.
나는 내 집 담울타리 사이로 그 모습을 보았지만 비가 내리고 날이 저물어 어둑하여 북쪽의 소식들을 캐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사람을 보내 그를 만나보게 하였지만 이미 떠나고 없었다.
정오 쯤, 지네언덕(蜈蚣坡)편에 사는 사람이 와서 말했다.
“한 노인이 언덕 아래에서 죽어있는데, 그 곁에서 두 사람이 곡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이목(吏目)이 죽은 것이다. 애통한 일이로구나!”
해가 질 무렵 쯤, 다시 또 사람이 와서 말했다.
“언덕 아래 두 사람이 죽어 있는데, 그 곁에서 한 사람이 주저앉아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이것은 그 아들이 또 죽은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다시 또 사람이 와서 말했다.
“언덕 아래 시신 세 구가 쌓여있습니다.”
그 종복 역시 죽은 것이었다.
아아! 이런 비통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주인 없이 버려진 그들의 비참한 주검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동자 두 명을 시켜 삼태기와 가래를 가지고 가서 그들을 묻어주게 하였는데, 두 녀석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말했다.
“안타깝구나! 나도 너희도 또한 저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제야 두 녀석은 슬피 눈물을 흘리며 가겠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