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역시 감이당에 나가 아기와 같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MVQ 홈페이지(글쓰기로 자립하기 위한 학인들의 글쓰기 수련장)에 육아일기를 연재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매일 집에 있으며 하지 못한 말들이 너무나 많았다. 답답하기도 했고,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게 아쉬워 혼자서 블로그에 어떤 말이라도 웅얼거리고 있었던 터였다. 나는 이 기회를 덥석 잡았다. 그런데 육아일기 말고도 감이당&남산강학원 48명의 학인이 함께 만드는 『나는 왜 이 고전을』 책 작업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공부 복이 갑자기 넘쳐흘렀다. 아이를 보면서 두 가지의 글쓰기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글 마감일이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졌다. 처음에는 아기를 보면서도 글을 써보려 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기와 놀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아이를 보는 것도 아니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피곤했다. 작전을 바꿨다. 차라리 아기가 깨어있을 때는 온 힘을 다해 놀아주어서 일찍 잠이 들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는 시간이 참 많았던 것 같다. TV 영상도 보고 편하게 밥도 먹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나서도 공부할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육퇴(육아퇴근) 후 내게 남은 시간은 단 두 시간뿐! 설거지할 것인지, 쇼핑할 것인지, 글을 쓸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 할 일 중에서 한두 가지만 할 수 있었다.
아이를 보면서 집안일도 하고 글도 쓰려니 자연스럽게 맘 카페에 접속하는 횟수가 줄었다. 카페 앱 한 번 클릭하는 걸 참았더니 어느새 한 번도 보지 않고 하루가 흘렀다. 습관적으로 접속하던 맘 카페였는데 안 하게 되는 날이 늘어나자 뭔가 소비 욕망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동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늘어가는 아이의 체중과 온종일 뛰어다니는 아이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재우다 옆에서 같이 잠드는 날이 늘어갔다. 글 마감일이 다가오니 점점 불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고 남편과도 자주 부딪치게 되었다.
글쓰기와 집안일 등등 이 모든 것을 해내려면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어딘가에 가서 요가나 필라테스를 배워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돌이 조금 지난 아이를 두고 꾸준히 밖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아이가 잠든 틈을 이용해 108배를 하고 유튜브에서 요가와 스트레칭, 아령 운동 영상을 보며 따라 했다. 아기가 깨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가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