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피 브랜드의 대명사, 스타벅스Starbucks는 『모비딕』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창업주들은 에이해브 선장의 날뛰는 광기에 맞서는 차갑고 침착한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게 마음을 뺏긴 게 틀림없다.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삶의 폭풍을 견뎌야 할 당신에게 한 잔의 고요한 위안과 평화를 안겨줄 “스타벅 커피”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커피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그의 이름이 고려 선상에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에이햅스 커피”, 내게는 이쪽이 훨씬 더 끌린다. 이왕 어렵고 복잡다단한 게 인생이라면, 그에 맞서 더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이 커피 브랜드의 네이밍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폭풍에 맞서는 또 하나의 폭풍 되기!
대부분의 독자들 사이에서 에이해브라는 캐릭터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언급될 만한 유쾌한 캐릭터가 절대 아님을 커피 브랜드 이름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이 다시 재조명되었던 1920년대 이후부터 그는 배격의 대상,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악인에 빗대어져 왔다. 여기서 슬쩍 고백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장자스쿨을 막 시작했던 작년 이맘때쯤, 에이해브의 사악함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글을 쓰겠노라는 야심에 차 있었던 나를 말이다. 어찌나 에이해브에게 꽂혀 있었던지, 1학기와 2학기 에세이 모두 ‘사악함’이라는 그의 키워드를 필두로 한 글들이었다. 오죽했으면 곰샘이 “누가 찬영이 도덕 교육 좀 다시 시켜라.”고 말씀하시며 혀를 차셨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뒤늦게 중2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그토록 에이해브와 그의 사악한 광기에 꽂혔던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