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아직 수련을 더 해야 한다. 내가 평소에 해오던 수련과는 다른 수련 말이다. 바로 ‘공부하는 신체’ 만들기다. 계속 운동만 해오던 나의 신체는 당연히 ‘공부근육’이 없었다. 공부근육 만들기 1단계! 바로 세미나 책 읽기다. 세미나 책은 너무 어려웠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통 이해하질 못했다. 특히 청백전 화요반에서 읽었던 푸코의 『성의 역사』 1권은 진짜 ‘Hell’이었다. 처음 보는 단어, 빽빽한 글씨, 고대 그리스의 배경 등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성에 대한 역사를 봐서 뭐 하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성에 대해 알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너무 어려워서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거나 밖으로 나갔다. 한번 나가면 한 20분은 밖에서 서성거리다 들어왔다. 그렇게 해도 성의 역사 1권은 펴기만 하면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세미나 전까지 책을 다 읽어가야 하니 이해를 못 했어도 글자를 읽는 것에 의미를 뒀다. 그렇게 읽고 세미나에 가면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중간중간에 맞장구만 쳤다. 세미나에서 할 말이 없었다. 그때는 공부가 얼마나 재미없었는지…!
하지만 이 길을 가기로 정하고 나자 견디어내는 힘이 생겼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났고 책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세미나에서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미나에서 한마디 하기 위해 10분 동안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심호흡 한번 한 뒤에 얘기했다. 그때의 그 뿌듯함이란! ‘내가 드디어 얘기했어!’ 라는 생각에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아서 힘들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책이 다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공부근육이 붙고 있다.
지금 돌아보니 충주에서 답답하고 지루했던 이유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무작정 수련만 해서 그런 것 같다. 나아갈 바를 두지 않고 기술들을 내 안에 축적만 하니깐 꽉 막혀서 답답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해졌다. 그러자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가 됐고 내 속에 꽉 막혀있던 응어리가 풀린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순환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학, 취업 말고도 분명히 나에게 더 가치 있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제 할 일은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