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생명의 원인을 모르고 태어난다. 자신이 어떤 과정 속에서 부모를 만나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른다. 또한, 인간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고, 자기가 좋은 것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기가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안다. 이러한 이유로 ‘왜’ 원하는지는 몰라도 무엇을 하든 그것이 자기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하기에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욕구가 어떤 원인 즉 어떤 메커니즘 아래서 생겨났는지는 모르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 원하는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방해하는 것만 없으면 자신이 자유롭게 무언가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명문대를 왜 보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학생이니까 당연히 공부해서 명문대 가야지, 가서 좋은 곳에 취직해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아이와 내가 왜 명문대를 원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원하도록 하는 원인은 알 수 없으니 그저 명문대가 좋다, 아이에게 이익이 된다는 의식만 있었다. 자본주의라는 메카니즘 아래서 그것을 원하는 것인데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에 그냥 내가 자유롭게 원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명문대를 원하니 남들도 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문대 문은 좁으니 기도를 해서라도 내 아이가 시험을 잘 봐야 했다. 인간은 원인에 대한 무지로 인해 자기 이익을 위주로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이다. 우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를 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