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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에서 온 편지(5)-하니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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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영숙 작성일19-01-29 13:49 조회13,425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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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꽃보다 조르바' 세미나'와 그리스 여행에 참여한 최영숙입니다.


이곳은 크레타섬의 북서쪽에 있는 하니아입니다.

우리 팀은 아테네와 이라클리온을 지나

크레타섬의 진주라 일컬어지는 하니아에 있답니다.

벌써 그리스 여행의 끝이 보이는 군요.

  

6,000년 전부터 문명이 발생한 이곳은 제우스가 태어난 신의 고장으로

비잔틴, 베네치아, 투르크 등의 침략으로 오랫동안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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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온화하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거리가 비교적 한산합니다.

우리의 숙소는 16세기 베네치아양식의 건물인 테오토코플루' 거리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바로 이 거리의 이름이 화가 엘그레코의 이름이라는군요.^^

5일 간 머물기로 한 이 숙소는  한때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살았다고 하네요.

바로 희랍인 조르바영화 음악을 만들었던 그 작곡가이지요.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한 조르바,

그리스에 도착하면서부터 내내 흥얼거렸는데,,,

기분이 UP되더라고요.

주인장 부부가 환영 인사로 따라준 하니 라키주 때문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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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에게해를 품고 평생 살아가는 이 곳 사람들은

자연과 동화되어 가난하지만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였어요,

누구나 친절하더군요.

 

여기서 우리는 오전에는 다 함께 하는 시간으로,

오후에는 각자 자유 시간을 갖기로 하였지요.

물론 아침 저녁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낭송하며 생각을 나누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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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16세기 성프란치스코 수도원에 자리한 하니아 고고학 박물관으로 go, go!

선사시대부터 하니아 전역에서 발견된 유물을 전시하는 아담한 곳으로,

특히 도자기로 만든 다양한 도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 바로 앞에는 그리스 정교회로, 내부의 화려하고

우아한 성화와 이콘이 인상적입니다.

노란 촛불을 켜고 이곳 사람들을 위해 잠시 기도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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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식사 후에는 각자의 자유시간입니다.

경원샘은 바닷가 성벽을 거닐며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고,

정미샘과 승희샘은 바닷가를 산책하며 베네치안 항구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책을 보고,

윤아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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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로처럼 얽혀 있는 좁은 골목길을 돌아 다녔습니다.

400년전, 베네치아공국 시대에 만들어진 성벽과 건물들이

투르크와의 전쟁으로, 세계대전의 상흔으로 그대로 남겨진 채 살아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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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결국 모두 연결이 되더군요.

결과적으로 관광객들에게 골목길을 탐험하는 재미도 주고 있고요.

3,500년 전, 화려했던 크노소스 궁전 지하에 미궁이 있었다면,

하니아는 지금의 골목 골목을 미궁으로 만든 것 같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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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뒤편 언덕을 오르면 수 백년 전의 거리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특히 비잔틴 시대에 건설된 성벽의 잔해가 남아있는 거리는 매우 고풍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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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거리, 칼의 거리, 카네바로 거리(베네치아풍 건물들)를 뒤로 하고,

구 시가지 중, 가장 예쁜 길의 하나인 유대인의 콘디라키 거리를 찾아 갔습니다.

크레타에서 유일한 유대교 회당이라기에 꼭 보고 싶었는데 문이 닫혀있네요.

이 곳은 보안이 철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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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 광장에는 독특한 건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성당의 종탑과 모스크의 종탑이 함께 공존하는

아이오스 니콜라오스 교회(The Church of Agios Nicholaos)입니다.

본래 수도원이었는데, 오스만제국이 모스크로 사용하면서 첨탑을 얹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을 보면서도 하니아의 복잡다단한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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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터키 마을로 접어들고,

베네치안 항구 못지않은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가 펼쳐지네요.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바람과 파도와 검푸른 빛의 바다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오랫동안 무심한 수행자가 되어 보기도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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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항구의 성벽을 따라 등대까지 걸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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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항구와 바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기에 부족했습니다.

시각이나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아침이면 바다에선 수박냄새가 났고, 한낮이면 안개에 덮인 채 잠잠했는데,

가벼이 찰랑이는 물결이 흡사 어린 젖가슴 같았다.

저녁이 되면 바다는 한숨을 쉬며 장밋빛이 되었다가 자줏빛, 포도주빛,

그러고는 짙푸른 색깔로 변해 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17,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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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아의 마지막 여행코스로 오래된 수도원과 스타브로스 해변(Stavros Beach)을 갔습니다.

숙소 주인 옆집에 사는 야니스는 매우 gentle하고 사려가 깊은 택시 기사분이었습니다.


맨 먼저 도착한 수도원은 하니아에서 약 16km 떨어진 Akrotiri 반도에 있는

아기아 트리아다 (Aghia Triada) 수도원입니다.

아토스 산에 있는 수도원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이 건축물은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곳으로, 두 명의 수도사가 그리스 정교회로 바꾸어 버린 곳이라고 합니다.

마침 일요일 아침이라, 먼 길임에도 많은 신자들이 와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엄숙하면서도 경건함에 압도되어 저절로 숙연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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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북쪽으로 5km의 구불 구불한 산길을 더 올라간 곳에 있는 수도원이었습니다.

올라가는 중에 풀을 뜯는 산양들과 장난감 같이 작은 교회들이 보입니다.

11세기에 만들어진 구베르네토스(Gouvernetos)수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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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도원은 5-6 세기에 많은 수도사들이 고행을 하며 살았던,

지금은 폐쇄된  카톨릭콘(Katholikon)교회를 가는 중에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중세 이전부터 있었던 카톨릭콘(Katholikon)교회를 가는 길은 매우 경이로웠습니다.

척박한 산과 고산식물, 그리고 산들 사이의 협곡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으로 간 고행자들은 어떤 풍경도 상상할 수 없다.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신에게 가깝기를 바라는 곳이다라고 하며

고독하게 수행을 하였다네요.


그들이 원하는대로 정말 신의 구원을 받았을까요?

우리 팀도 한발 한발 묵언 수행하듯 걸으며 신과 인간에 대해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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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동굴이 보이기도 했는데

금욕주의자들이 기도를 하고 수행을 하던 곳이라고 하더군요.

 

숙소로 돌아와 영혼의 자서전 에 있는 아토스 산 (Holy Mountain) 을 읽었죠!

수도원 여행에 대한 자아도취적 환상이 어느 정도는 가라앉더라구요.


우리들은 거룩한 산을 40일 동안 여행했다.

마침내 우리들이 순례를 끝내고 떠나려고 성탄절 전야에 다프니로 돌아갔을 때,

전혀 예기치 못했던 가장 결정적인 기적이 우리들을 기다렸다.

한겨울이었는데도 초라하고 작은 어느 과수원에서는

아몬드나무에 꽃이 피었던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옮김,『영혼의 자서전 1, 열린책들, 2017, 320-

     

 기적은, 구원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매일 매일의 새로움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놓치지 말라고,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라고요.

 

다음으로 희랍인 조르바에 나오는 dancing 촬영지인 Stavros 해변으로 향했지요.

우리는 그 곳에 가서 조르바의 춤을 추었지요.

기쁠때, 슬플때 나오는 춤, 성공을 했을 때, 완전히 실패를 했을 때 나오는 춤,

조르바가 두목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따라 해보았지만 너무 어설퍼서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이나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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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있는 높은 산(Stavros Mountain)과 어우러져

세차게 때로는 부드럽게 흘러가는 바다의 장엄함이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우리는 여기서도 각자의 추억을 만들며 한참 만에 돌아왔답니다.   


친절한 택시기사 덕분에 해안가로 내려오면서 뜻하지 않게

그리스 혁명운동의 아버지인 베니젤로스 무덤을 보았어요.

하니아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에

그 곳 출신의  영웅을 기리는 영묘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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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하니아에서 멋진 시간을 마치고 우리는 이제 아테네로 올라갑니다.

다음에도 멋진 이 곳에 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댓글목록

Jisu님의 댓글

Jisu 작성일

글로만 읽고 상상해 보던 조르바와 카잔차키스를 몸으로 느끼는 진한 감동을 경험하셨겠네요^^ 다음이 있다면 다음에는 저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한정미님의 댓글

한정미 댓글의 댓글 작성일

지수샘~^^ 아들과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ㅋ
시즌 2 까지 참여하셔서 열심히 읽으셨는데... 함께 못 해 아쉽습니다.
내년에 하니아에 함께 할 수 있는 소망 꼭 이루어질거예요.^^ ㅋㅋㅋ

최영숙님의 댓글

최영숙 댓글의 댓글 작성일

지수샘이셨군요.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오랜 만에 '맬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 영화를 보았어요.
"자유"를 외치며 죽는 그의 모습을 보니

다시금 '크레타의 자연과 조르바의 자유'에 대해
생생하게 되새김이 되더군요.

샘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한정미님의 댓글

한정미 작성일

수정샘~^^
2020년 1월
크레타 하니아의 "스타브로스 해변에서 춤을"
함께 도전해 보실해요?^^

류수정님의 댓글

류수정 작성일

마지막 춤을 추는 장면에서, 비릿하지만 청아한 바닷 향이 자유의 냄새와 만나 제 코를 간지럽히는 것 같습니다. 저기서 저도 한 번 자유와 바다가 만나는 춤을 춰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