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을 공부하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감이당에서의 공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수행이었던 것이다. 좌선이 선정수행이라면 공부는 지혜수행에 해당되었다. 감이당에서 수년 동안 읽었던 동, 서양 고전과 역사, 동의보감, 사주명리 등은 내 마음과 느낌, 몸 그리고 그것이 존재하는 세상을 세밀하게 통찰하게 하였다.이러한 통찰로 나와 나 아닌 것,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으로 나누고 분별하는 마음의 경향성이 해체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경향성이 해체된 자리에 ‘지금여기’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집중의 힘이 생긴 것이다.
마음은 얼마나 클까? 『유식』은 모든 것이 내 마음이라고 한다. 이는 내가 보고 내가 알고 내가 경험하는 만큼이 내 마음이라는 것이다. ‘유식’이 대승불교인 이유는 선정과 지혜를 통해 이 마음을 크게 깨우기 때문이 아닐까? 선정의 힘으로 마음의 분별경향성에서 벗어나더라도 지혜로 그 마음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다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와 세상이 온전히 하나로 연결되어 한 생명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만큼이 내 마음이다. 그러니 유식을 공부해서 살아보고 싶은 세상은 선정과 지혜로 들어간 한마음의 세상이다. 나와 나 아닌 것 좋은 것과 좋지 않음을 분별하지 않는 한생명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