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자본주의가 이용하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이 내세우는 '인간주의' 즉 사랑, 배려, 희생이라는 휴머니즘과 '사유화'라는 공리체계다. ‘엄마라면, 며느리라면, 자식이라면 이렇게 해야 돼. 그리고 네가 그렇게 한다면 이건 다 너의 것이야.’ 라는 은밀한 속삭임 말이다. 그렇다. 내가 시아버지나 남편의 권력에 순종하며 내 역할을 수행했던 것도 그 대가로 주어지는 물질적인 보상과 칭찬, 또 거기서 느끼는 쾌락을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엔 성스러움도 서로에 대한 구원도 없다. 화폐와 쾌락을 중심으로 한 지배와 복종이 있을 뿐. 들뢰즈, 가타리는 자본주의가 정신분석학과 공모해 우리를 억압하는 데 맞서 욕망기계라는 개념을 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