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년들이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한다. 30년 전 청년이었던 나도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때론 나에게 주어진 일이 부당하다는 생각도 했고 인정받지 못한 일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해진 위치에 맞는 일을 하면서 관료조직의 유전자를 몸에 잘 장착시키고 있었다. 위계나 나이로 따져본 나의 현재 위치는 상위 5% 정도이다. 이렇게 조직에서 연차가 쌓이고 부터는 개인적인 불만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작년 연말 나의 안정된 생활패턴에 금이 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새로 취임한 수장이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나와 또 한 명의 여성 공무원에게 일방 전출발령을 내면서 티오를 만들었다. 나는 그 일을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모욕감까지 느꼈다. 폐쇄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직자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동지를 찾았다. 그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고 소극적인 위로만 했다.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은 조직의 이미지를 해친다며 드러내놓고 싫어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무관심은 실망스러웠고, 친한 동료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새로운 권력자의 의중을 살피는 상황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