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뭔가 대답을 해보려고 애를 써본다. 지금의 상실감과 허무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가, 큰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의 허탈함, 마치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전사들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권태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상실감과 허무함의 밑바탕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경멸의 감정’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지’라는 나의 속마음에는 그런 감정이 함축되어 있었다. 이러한 감정의 씨앗이 자라서 커지게 되면, 폭력을 동반한 싸움이 되고, 살육을 자행하는 전쟁이 되는 것이지 않겠는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의 동료들, 가까운 친척들, 그리고 학창시절에 알고 지냈던 선후배들도 있다. 그들과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면, 싸움이나 전쟁을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문제를 풀어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자세와 태도,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신의 전쟁』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의 하나가 모한다스 간디의 ‘비폭력’이었다. 당시 인도의 힌두교들은 독립투쟁을 하면서 영국과 싸우는 일의 정당성 문제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간디는 “모두가 똑같은 신성한 핵심을 공유하기 때문에 폭력은 온 우주의 형이상적 경향과 어긋난다.”(같은책 465쪽) “비폭력은 원수를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나의 적이 아님을 깨닫는다는 뜻이다.”(같은책 466쪽) “무슬림이나 힌두교도를 사랑하면서 영국인을 미워할 수는 없다”(같은책 467쪽)고 했다. 이 짧은 문구들에서 느껴지는 그의 ‘비폭력’ 사상이 나의 머리와 가슴을 크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