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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당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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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수영 작성일14-04-05 14:10 조회2,81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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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학습을 떠나기 전 나의 생각은 단순히 우리 동네에는 얼마 피지 않은 벚꽃을 많이 볼 수 있겠다는 것이었으며 그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봄도 좋아해서 벚꽃 또한 참 좋아하지만 근 몇 년 동안 꽃놀이 근처에도 못 갔기 때문에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진 채 역으로 떠났다. 지하철 안은 생각 외로 그리 붐비지 않았다. 사실 지하철에서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소란스럽게 굴까 걱정이 컸는데 다들 조용히 이야기 하며 충무로역까지 잘 가주어서 안심 아닌 안심이 되면서도 그런 걱정을 한 내가 부끄럽기까지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한역, 한역 지나다보니 어느새 금방 충무로역에 도착했다. 시간으로 재자니 참 긴 시간이었는데, 'Good company makes the road shorter.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 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로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먼 길을 가니 정말 그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나는 항상 먼 길을 갈 때면 부모님과 또는 어른들과 함께 했었다. 그런데 친구들은 어른들 없이도 명동이든 어디든 잘 다닌다고 하니 참 신기했다.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이 있어서인지 처음부터 훅훅 멀리 떠나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나중에는 대부분의 지역은 다 가보았을 정도로 많은 곳을 혼자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충무로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어가니 얼마 안지나 비록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를 안내 해주실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이 안내 해주시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감이당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모여 사신다는 '풀하우스'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는 방이었다. 창문을 열면 코앞에서 바로 벚꽃을 볼 수 있는 위치라 그게 가장 부러웠다. 그곳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산책을 즐겨 하신다고 하셨다. 벚꽃이 만개한 근처를 이리저리 산책한다면 매일 매일이 항상 기분 좋을 것만 같았다.
 '풀하우스'를 지나고 '베어하우스'를 지나 조금 이동하니 드디어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건물에 다다랐다. 우리같이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 쓰는 곳으로 보이는 큰 방에 들어갔다. 바른 자세로 경청을 하기 위해 낮은 선반같이 생긴 작은 책상을 각자 옮겨다가 강의를 들었다. 솔직히 처음에 고미숙 선생님이 무엇에 대해 강의를 해 주어야 하냐고 하셨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머지않아 옅게나마 잡힌 틀을 따라 좋은 강의를 시작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약 1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버느냐' 이었다. 나 또한 내가 무엇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하며 또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게 가려운 부분을 딱 긁어주시니 정말​ 뒷통수 아닌 뒷통수를 맞은 듯 한 느낌이었다. 소풍을 다녀온 지 하루 곧 이틀째인데 여전히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할지는 생각해내지 못했다. 사실 여전히 궁금하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직업을 갖고 부를 축척해야 하는 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평소 장단거리를 이동할 때에 이어폰을 정말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그 습관이 내 몸에 많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어서 요즘은 이어폰과 관계 된 대부분의 일들을 꺼리게 되었다. 이어폰의 악영향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젠 부모님보다 내가 더 앞서서 나의 이어폰 사용을 많이 절재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다른 반과 같은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체험을 했다면 내가 느끼고 실천하지 못했을 것들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경험하게 되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 크다.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는 좀 본 적이 있지만, 아직 고선생님이 쓰신 책들은 읽어보지 못했다. 아침 시간에 짧게나마 나오는 글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나는 어제 직접 강의를 들었던 것보다 앞으로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평소에 또래들보다는 확실히 인생의 목적이나 인간의 근본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런 부분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의 스타트를 끊어주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1학년 작년 2학년의 소풍의 경험의 가치를 모두 더한다고 해도 올해 3학년의 소풍만큼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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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했던 후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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