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자기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에 의지를 하고 살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 자체로 온전히 “너는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너를 온전히 사랑한다, 너는 그 자체가 존재이유다”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를 못했습니다. 근래에 와서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자기평가를 받는데 이 시대는 아주 짧은 시대에 만들어진 독특한 사회현상 때문에 그런 말을 듣기는 더 어렵죠. 거기다가 우리한테 대놓고 이렇게 살라고 어떤 것들을 계속 요구하게 되면 사실상 나는 있는 그대로 내 존재 이유가 되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자기도 알지 못하는 과정에서 기억으로 남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안쪽에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자아와 동반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좋아하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받고, 사랑하는 기억들은 별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늘 무언가 부족한 식으로 자기 기억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 상태로 부처님도 출가를 하신거죠. 그러다가 이 마음집중을 쭉 하다가 보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의 허구상을 보게 됩니다. 허구상만 보는게 아니고 우리 안에 작용하는 네트워크가 다른 식으로 연결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과정들의 기억채널들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정화스님<기억이란> 강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