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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에서 만난 동의보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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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을벗어난달 작성일14-08-26 09:43 조회2,7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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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에서 만난 동의보감 이야기
 
양생을 허하노라 -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갠지즈 강을 거닐다가 사두(힌두 탁발승)를 만났다. 치렁치렁한 머리칼은 고목나무에서 흘러내린 듯 허리까지 내려와 있고, 얼굴에는 경극 배우처럼 두꺼운 분칠을 했고, 몸에는 갖가지 요상한 악세사리를 두르고 있다.
 
나마스떼!(안녕하세요)” “어디서 왔는가?”
코리아
아니, 네가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모르겠다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면 50루피!”
사실은 너는 네가 온 곳을 알고 있다. 단지 그 사실을 네 자신이 모를 뿐이다”“살람 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를)”
 
평화는 모르겠고 화가 살짝 나는 게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50루피는 그의 손에 쥐어진 다음이었다. 아이 엠I am을 찾을까 했다가 루피만 날렸다.
 
갠지즈 강에 석양이 지는 것을 보려고 다시 가트로 나갔다가 루피를 앗아간 그 사두를 다시 만났다. 오늘 하루 영업(?)을 결산이라도 하는 듯 가트 옆에서 지긋히 눈을 감고 앉아 명상을 하며 이따금씩 만트라(신성한 주문)를 내뱉는다.
하리 옴! 옴 나마 시바야!”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 옆으로 몰래 다가가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동의보감>을 공부하다 읽은 주역周易64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제멋대로 읊어 댔다.
 
중천건 중지곤 수뢰둔 산수몽
수천수 천수송 지수사 수지비
풍천소축 천택리 지천태 천지비
 
사두가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뜨고 지금 외는 주문이 뭐냐고 묻는다.
 
궁금한가? 궁금하면 50루피!”
 
그제서야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사두가 그 턱없이 크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다. 내친김에 손바닥을 비벼 눈자위를 비비고, 콧등을 문지르고, 이를 부딪치는 고치법 등 <동의보감>에서 배운 몇 가지 양생술을 시범으로 보여줬더니 따라한다. 물론 50루피는 여전히 그의 손에 있는 것이 생업적 사기로 번 돈을 반환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20134월 어느 봄날 갠지즈 강가에서 우리 둘은 그렇게 한바탕 웃고 헤어졌다.
 
졸저 <끌리거나 혹은 떨리거나>, 박일호, 현자의 마을, 2014, 144147
 
지난주에 졸지에 졸저 하나를 냈습니다. 작년 한 달 동안 인도를 돌아다니며 끄적였던 것으로 쓴 기행서평집입니다. 내놓을만한 글이 아니지만 그동안 감이당에서 읽은 책과 여행하다 찍은 시원한 사진에 기대서 책으로 묶었습니다.”
-감이당 수성 박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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