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명동스쿨 3학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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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진 작성일26-09-02 15:31 조회2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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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명동스쿨 3학기 글쓰기
양해영
노년의 병과 나의 인간사 들여다보기
1. 나라는 미스터리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아니면 내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가끔 혼자서 산속의 오솔길을 산책하며 이 명제를 곰곰 생각하면 난감하다. 깊이 천착하면 더 미궁 속으로 빨려 드는 느낌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도 떠 올린다. 보르헤스도, 프로이트도 칼 융의 ‘꿈’과 무의식도 생각한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감이당에 와서 사주명리와 음양오행을 공부하며 나를 바라보는 기본 시점도 바뀌었다. 음과 양, 목화토금수라는 오행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의 에너지이다. 이러한 자연의 순환 속에 ‘나’라는 미스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결론은 오행의 역동 속에 나 자신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이치다.
2. 삶의 곳곳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내가 감이당에 오기 전에는 사주 명리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젊어서는 사주를 보러 다니는 사람도 많이 무시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가고, 아이들의 공부가 부진해도 가고 친구가 심리적으로 괴롭힌다고 가서 물어본단다. 가지각색의 이유로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고 지냈다. 노년으로 접어드니 몸이 너무 아파서 대학병원에 가면 유명하다는 의사들은 이 검사 저 검사 다 해보고 한다는 결론은 ‘검사 결과로는 알 수 없다’는 말을 자신감 없이 입속으로 웅얼거린다. 해서 동양의학은 어떤 식으로 병을 판단 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동의보감’이라는 학문을 좀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감이당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유이다. 명리와 동의보감을 동시에 공부하며 두 학문의 이론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나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운명은 오행으로부터 도망할 수 없다 - 三命通會-권三
헉~ 이것이 시방 뭔소리여! ‘도망할 수 없다’ 에 확 꽂힌다. 평소 명리에 신뢰를 보내지 않던 나를 이 한 줄의 명제가 진지하게 확~ 잡아당긴다.
3. 干如支同의 강함으로 무장한 나
내가 태어난 날의 천간은 甲木이고 지지는 甲寅이다. 하늘도 갑이고 땅도 갑이다. 그야말로 뭐 복잡할 것이 없는 앗쌀한 빨강 파랑이 주를 이룬다. 사주 명리에서 ‘통근’이란 나를 나타내는 일간의 원국이 같은 오행으로 이루어져 그 본래의 성질이나 성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나는 월간과 일간이 干如支同으로 통근을 한 원국을 가지고 태어났다. 일간의 나는 위로 한없이 뻗어가는 나무이고 월간은 목표가 생기면 옆도 뒤도 안 보고 앞으로만 달리는 말이다. 젊어서 한참 때를 생각해 보니 내 사주대로 살아온 여정은 분명하다.
비겁의 강한 힘으로 18세부터 28세까지는 가족을 부양했다. 가난한 시절의 장녀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꼬박 10년 동안 월급봉투째 가져다주고 나 자신은 극도로 돈을 안 쓰는 안 썼다기보다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살았다. 그래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투철함으로 무장한 마음가짐이라 그다지 괴롭거나 힘들지 않았다. 또한 청소년 시절부터 내 주변의 친구들은 내 옆에 있으면 따뜻한 기운이 좋단다. 찬 기운이 태과한 사람들은 내 옆에 있으면 따뜻한 난로를 만난 것처럼 좋았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렇다는 깨달음이다.
또한 그 가난 속에서도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울역 건너편 양동과 후암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쯤에 있던 중앙 사회 복지관(아마도 우리나라 첫 번째 복지관으로 사료됨)에서 청소년 야학을 약 6년 했다. 오는 학생들은 주로 청계천 다락방에서 옷을 만들던 봉제공장 직원들이다. 나보다 불과 두세 살 어린 풋풋한 청년들이었는데(나는 그 당시 19세 그들은 16세 17세) 시골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상경하여 공장에서 일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이었다. 나와 함께 학과목을 맡아 수업하던 이들은 모두 내 또래의 대학생들이었다. 아무튼 그 시절이 지금 생각해도 화양연화 (아름다운 시절) 였다. 돈은 없지만 가슴 깊이 우정을 나누는 그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관계였다고나 할까? 그 후 어떤 이유에선지 야학이 문을 닫게 되고 바로 옆에 위치한 남대문 경찰서의 청소년 상담실로 이동했다. 약 10년 이상 상담원으로 봉사 했다. 본 직업은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지만 이렇게 꾸준히 야학에서 상담실 상담원으로 옮겨가며 일했다. 참 많은 일을 하고 보람도 컸다. 위치상 정말 많은 청소년과 부모들이 몰려와 상담했고, 국무총리실에서 만드는 청소년 백서의 조사 과정에도 참여하고 그 당시 이루어지던 정말 많은 청소년 정책에도 참여했다.
그 후 28세에 대학에 들어가 미술을 전공하고 주욱 지금까지 인생의 여정을 살고 있다.
나의 성향상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뭐 더 좋은 것이 없나? 여러 우물을 파는 성격이 아니라 한길로 가며 한 우물만 파는 인생 여정이다. 현재의 삶에도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이라 잡생각이 별로 없다. 단 하나의 욕망이 있다면 죽기 전에 단 한 점이라도 좋은 작품이 남아야 한다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다.
4. 음허화동(陰虛火動) - 내 몸이 아픈 근간 연구하기
팽창의 기운인 목과 화로 이루어진 내 사주에 토가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활활 타오르는 불기운에 하늘로 쭉쭉 뻗는 나무는 땔감이 충분한 타오르는 불이다. 욕망은 활활 타오르나 씨앗으로 저장할 물과 흙의 힘이 부족해 전전긍긍하며 속을 끓이는 형국이다. 노년에 갑자기 내게 다가온 병은 어떤가? 나의 가장 불편한 점은 어느 순간 근육과 관절이 딱 얼어붙어 ‘동작 그만’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밤의 수면 중에 통증과 강직이 심하다. 아마도 내 몸속 정기신의 흐름인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원활하지 못해서 오는 병이 아닐까?
인간의 삶에서 기본적인 지평인 生老病死와 喜怒哀樂의 드라마를 우리는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살아간다. 가장 근본적인 역학이 작동하며 내 몸에 어떤 바퀴 자국을 남기고 간 흔적이 어떤 병으로 오는지를 연구할 시간이다. 의사가 처방해 주는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몸을 더 망치는 경우도 많다. 내 목표는 단순하다. 이런 이상한 것에 휘둘리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의 역학을 깊이 이해하며 연구해 보자는 데 있다. 내 안의 정과 기를 의식적으로 잘 돌려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과는 저절로 의기투합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어떤 사람과는 대동소이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관계가 되는지 이런 역학관계도 연구 과제 중 하나다.
5. 나를 연구하는 삶
삶의 가치를 고민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내 안에 있다. 나를 연구하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 일해야 했던 시간이 지나고 지금 이 순간, 현재가 가장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시기이다. 이러한 일상을 대중지성과 접속하기 위해 감이당에 왔다. 내 몸의 리듬을 들여다보며 적당한 운동과 섭식으로 살살 다독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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