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3)] 키메라와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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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현지 작성일26-06-17 02:26 조회36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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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6-06-17 02: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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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2학기/『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 3주차
키메라와 뱀
유현지
『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을 읽을수록 키메라에 자꾸 마음이 간다. 키메라는 사자도 아니고, 염소도 아니고, 뱀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셋의 단순한 합도 아니다. 하나의 몸 안에 서로 다른 동물이 이어 붙어 있는 존재, 어느 한 이름으로도 온전히 불릴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키메라는 내게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분류되지 못하는 존재의 외로움처럼 보인다. 때때로 나 역시 여기에도 속하지도 않고, 저기에도 속하지도 않는다는 감각을 느낀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감각. 그 애매한 자리, 그 중간의 고독이 키메라를 떠올리게 한다.
고전적 키메라는 보통 앞은 사자, 가운데는 염소, 뒤는 용 또는 뱀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 설명된다. 여기서 내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꼬리다. 뱀의 꼬리는 키메라의 몸에서 가장 불온한 부분이다. 뱀은 몸의 끝에 있으면서도 또 하나의 머리를 이룬다. 끝이어야 할 곳이 다시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뱀은 키메라 안에서도 가장 키메라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한 몸 안에 다른 몸이 붙어 있는 정도를 넘어, 하나의 몸 안에 또 다른 시선과 의지를 가진다. 즉, 뱀의 꼬리는 키메라가 자신 안에 숨길 수 없는 타자를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 타자는 성서적 의미에서 악, 유혹, 부끄러움, 자기인식의 문제와 연결된다. 창세기 3장에서 뱀은 인간에게 금지된 열매, 선악과를 둘러싼 질문을 던지고, 인간은 그 열매를 먹은 뒤 자신들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서야 인간은 무화과나무 잎으로 몸을 가리고, 신의 응시를 피해 숨는다. 따라서 뱀은 인간에게 지식, 수치, 자기인식, 그리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오는 존재이다.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 키메라가 되어야 비로소 ‘동물말’을 할 수 있다고 하니, 키메라가 되는 고독이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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