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마니즘] 영혼을 태우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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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숙 작성일26-04-15 14:56 조회52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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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태우는 배
“사자의 배”는 말레이시아에서나 인도네시아에서나, 엄격하게 샤만적인 문맥에서 그리고 장송 풍습과 만가(輓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자의 배”에 대한 신앙은 물론, 한편으로는 사자를 카누에 태우거나 바다로 던지는 풍습,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유사한 장송 신화체계와 관계가 있다. 사자를 배에 실어 띄워 보내는 풍습은 조상들의 이주에 관한 희미한 회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배는 사자의 영혼을, 조상들이 배를 띄웠던 원초적인 고향으로 되돌릴 것이기 때문이다.(미르체아 엘리아데, 『샤마니즘–고대적 접신술』, 까치, 이윤기옮김, 2014, 320쪽)
엘리아데의 『샤마니즘』은 고대 민족의 접신론이다. 다양한 고대 민족의 접신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한 이 책은 유사해 보이는 접신 진행 과정들 때문에 조금은 혼란스럽고 때때로 지루하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사자의 배’와 ‘샤먼의 배’는 색다른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었다. ‘사자의 배’는 죽은 자(死者)들을 태우는 배이고 ‘샤먼의 배’는 샤먼이 영적 세계를 여행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영혼이 오고 가는데 배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배를 이용하는 범위는 세 가지가 있다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우선 악령이나 질병을 실어다 내버리는 데 이용하는 경우, 또 하나는 샤먼이 병자의 영혼을 찾기 위해 ‘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경우, 세 번째로 ‘영혼의 배’에다 사자의 영혼을 싣고 저승으로 가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때 ‘사자의 배’는 조종에 의해 간다기보다는 부름을 받고 가는 쪽에 가깝다. 이 부름은 직업적인 곡부(哭婦)가 연출하는 장례식 통곡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샤먼은 여기에 개입되지 않는다고 한다.(321쪽)
샤먼이나 요술사에 의해 행해지는 의례도 있다. 전염병이나 역병을 악령의 소행으로 여겨 그 악령을 잡아 상자 혹은 바로 배 안에 가두고는 그 배를 바다로 띄워버리거나, 혹은 역병을 상징하는 수많은 목상을 깎아 배에다 실은 후 배를 파도에 맡겨버리는 방법도 있다.
전염병이 창궐할 동안 질병의 역신을 추방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힘과 건강한 활기를 되찾는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의례를 모방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월초하루가 갖는 의미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우리에게는 붉은 팥이 액운을 쫓는다고 믿어 팥죽을 쑤어 먹는 동지와 같은 종류의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있다.
샤먼은 악령이나 영신의 손에 잡혀간 영혼을 찾아내기 위해 배를 이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병자의 영혼이 하늘에 사는 영신에게 잡혀갔다고 생각되면, 뱃머리에 나무새를 한 마리 깎아 세운 모형 배를 만든다. 바로 이 배를 타고 샤먼은 하늘로 접신 여행을 떠나, 병자의 영혼을 만날 때까지 좌우를 두리번거리는데, 이러한 기술은 북부, 남부, 동부 보르네오의 두순 족에 두루 알려져 있다.
배를 타고 하늘을 여행한다는 발상은 인도네시아식으로 응용된 샤먼의 천계 상승 기술이라고 한다. 지하계로 사자를 인도할 때나 악령이나 영신에게 붙잡혀간 병자의 영혼을 구할 때, 즉 저승으로의 접신 여행에서 배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샤먼이 탈혼망아 상태에서 천계에 오를 때 배를 이용한다고 믿게 되었다. 저승으로의 수평 여행, 천계로의 수직 상승과 같은 두 가지 샤먼적 상징 체계가 함께 융화하고 있는 것은 샤먼의 배 안에 우주수가 있다는 사실로도 분명해진다. 천지를 연결하는 창이나 사다리 모양의 이 나무는 배의 맨 중앙에 우뚝 서있어 “중심”의 상징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샤먼은 바로 이 중심을 통하여 천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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