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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회청 작성일25-09-07 13:14 조회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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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에세이 / 수성/ 2025. 9. 10/ 신소희

 

칸트의 이율배반


 감성, 지성, 이성. 일상속에서 잘 사용하고 있고 어렵지 않은 말들이다. 그런데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것들을 정밀하고 집요하게 분석하여 그 차이들을 명확히 하려 했다. 이 기본들로부터 어디선가에서 벌어지는 형이상학적 물음에 대한 치열한 논란들과 논란 속의 피곤함에서 파생되는 형이상학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선까지 정리하고 해결하려 했다. 이 중 이성에 대해서 정리해 보며 이율배반이라는 개념을 알아보려 한다.

  

 이성은 이성추리라는 본성 때문에 자신의 판단의 조건을 무한의 차원까지 확장하는 특성이 있다. ‘모든 학자는 죽는다는 결론을 가능하게 하려면 모든 사람은 죽는다’(대전제)는 판단이 조건으로 있어야 하고, ‘모든 학자는 인간이다라는 매개념이 되는 소전제가 필요하다. 이런 소전제를 필요로 하는 것이 이성추리이다. 이성은 이렇게 모든 특수한 조건을 가능하게 하는 더 보편적인 조건으로 향해 간다. 무조건적인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순수이성은 조건적인 것이 주어지면 조건들의 전 계열(무조건적인 것)도 주어진다는 것을 자신의 원리로 삼고 있다. 그래서 순수이성은 종합적이고 전체적이다. 이성의 종합은 경험 가능성의 한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무조건자(대표적으로 신)까지 도달해야만 만족한다. 지성 개념은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성추리는 현상을 넘어 경험할 수 없는 영역까지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지성 개념으로는 무조건자의 객관적 실재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변증적 이성추리라 한다. ‘변증적이란 객관적 실재성과 타당성이 부족한 궤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칸트는 변증적 이성추리를 순수이성의 오류추리’,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순수이성의 이상의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순수이성의 이율배반에 대해 알아보겠다.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이성은 아무런 개념도 산출하지 않는다. 대신 지성 개념을 경험의 제한에서 해방시켜 무조건자에까지 종합을 계속하기 때문에 범주를 초월적 이념으로 만든다. 이성이 이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조건적인 것(conditioned)이 주어지면 조건들(conditions)의 전체, 즉 조건적인 것을 가능하게 했던 단적인 무조건자(unconditioned)도 주어진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초월적 이념은 무조건자에까지 확장된 범주이므로 범주표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 순수지성의 개념인 범주는 양의 범주, 질의 범주, 관계의 범주, 양상의 범주의 네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고 이에 따라 조건과 조건적인 것의 계열을 이룬 범주들이 순수이성의 이율배반에서 다뤄지는 대상이다. 이성은 조건적인 것이 주어지면 당연히 그것을 규정하는 다른 조건 쪽으로 무한한 계열을 추구하고, 이런 이성의 종합을 배진적 종합이라 한다. 배진적 종합에 의해 다음의 네 개의 우주론적 이념이 생겨난다.

모든 현상들의 주어진 전체의 합성의 절대적 완벽성

현상에서 주어진 전체의 분할의 절대적 완벽성

현상의 발생의 절대적 완벽성

현상에서 가변적인 것의 현존의 의존성의 절대적 완벽성

이 네 개의 우주론적 이념에 대해 정립 명제, 반정립 명제의 증명을 통해 이율배반을 알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이율배반

정립: 세계는 시간상 시초를 가지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도 한계로 둘러싸여 있다.

반정립: 세계는 시초나 공간상의 한계를 갖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무한하다.

두 번째 이율배반

정립: 세계 내의 모든 합성된 실체는 단순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고, 어디에서나 단순한 것이거나 이것으로 합성된 것만이 실존한다.

반정립: 세계 내의 어떤 합성된 사물도 단순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세계 내 어디에서도 단순한 것은 실존하지 않는다.

세 번째 이율배반

정립: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인과성은 그로부터 세계의 현상들이 모두 도출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니다.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유에 의한 인과성 또한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

반정립: 자유는 없다. 오히려 세계에서 모든 것은 오로지 자연법칙들에 따라서 발생한다.

네 번째 이율배반

정립: 세계에는 그것의 부분으로서든 그것의 원인으로서든 단적으로 필연적인 존재자인 어떤 것이 있다.

반정립: 단적으로 필연적인 존재자는 세계 안에든 세계 밖이든 어디에도 그것의 원인으로서 실존하지 않는다.

 순수이성에 의한 이 네 가지의 이율배반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성은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사변이고 자신의 착오를 쉽사리 발견하지 못한다. 각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는 이율배반 속에 있음을 알려주면 이성은 자신의 한계와 착오를 깨닫게 된다. 정립 쪽이 자신 이론의 모순 없음을 주장하면 반정립 쪽도 모순 없음을 동시에 주장한다. 서로가 자기주장의 확실함을 확보하려고 경쟁적으로 노력할수록 모두 다 옳다면 옳다고 생각되는 두 주장 안에 분명히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논리이다. 이것이 칸트가 말하는 회의적 방법이다. 회의적 방법을 통해 두 주장이 사실 가상(illusion)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었다. 가상에서 기초한 논리들이라 해서 정립, 반정립의 명제를 비롯한 네 가지 이율배반도 가상으로 폐기돼야 하는가. 칸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초월적 이성 개념들은 자연 개념들에서 실천적 개념들로 이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렇게 해서 도덕적 이념들 자체에 지주를 제공하고 또 이성의 사변적 인식들과의 연관성을 제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386) (순수이성비판강의, 288)

 이성의 이런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을 인식하게 되는, 어떤 객관이 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성을 확장해서 지성 개념들에게 어떤 통일성을 제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초월적 이념은 이성으로부터 도덕적 실천에 대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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