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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철학의 질문들] 시즌2-6주 천 년을 살아도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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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andi 작성일25-09-22 23:25 조회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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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얻어도 비어가는 마음의 구조

어제 저녁, 아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들이 "아빠는 왜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해?"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해?"라고 쏘아붙이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치 천장에서 내려다보듯 흥분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5천 년 전 마하바라타의 야야티 왕도 이런 순간을 경험했다. 천 년간 모든 욕망을 채운 후 그는 "욕망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만족시키려 할수록 더 타오른다"¹고 고백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발견은 따로 있었다. 감정에 빠진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의식의 존재였다.

야야티는 당대 최고의 왕이었다. 두 아내, 다섯 아들, 정의로운 통치로 얻은 명성까지. 하지만 불륜이 발각되어 장인으로부터 늙음의 저주를 받았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 막내아들 푸루와 나이를 바꾼 그는 천 년 동안 극한의 쾌락을 경험했다.

"신들의 정원에서 선녀들과 함께 했고, 감로수를 마시며 불멸의 음식을 먹었다"². 야야티의 회상은 화려하지만 그의 몸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새로운 쾌락을 앞두고는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졌지만, 그것을 얻고 나면 곧바로 권태가 찾아왔다. 더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서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현대 신경과학의 도파민 시스템과 정확히 일치한다. 도파민은 쾌락 자체보다는 쾌락에 대한 '예상'에 반응한다. 실제로 얻는 순간에는 오히려 감소하여 새로운 목표를 찾게 만든다. 야야티가 천 년간 겪은 것은 이 생물학적 덫이었다.

그런데 야야티의 발견은 천 년째 되던 해에 일어났다. 평소처럼 분노하는 중에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화를 내는 자신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자신의 존재였다. "분노할 때와 평온할 때, 동일한 '무언가'가 두 상태를 목격하고 있었다"³.

힌두 철학에서는 이 관찰 의식을 '사크신'⁴이라고 부른다. 모든 경험을 목격하지만 그 경험에 물들지 않는 알아차림이다. 아들과 대화하던 그 순간, 내가 경험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화를 내는 나와 그 모습을 부끄럽게 바라보는 나 사이의 거리감.

감정이 일어날 때 "지금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속으로 말해보라. 그 감정이 몸의 어느 부위에 있는지 찾아보라. 화는 주로 가슴에 있는가, 목에 있는가? 이런 관찰을 통해 감정과 자신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일상에 스며든 지혜

야야티의 마지막 깨달음은 충격적이었다. 천 년간 자신이 한 모든 행동이 사실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었다. "왕으로서 내린 결정들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들이 만나서 일어난 것임을 알았다"⁵.

아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화를 낸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 아들의 말투, 과거의 경험들, 그 순간의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결과였다. '내가 화를 냈다'기보다는 '화내기가 일어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힌두 철학에서는 이를 '아카르타'⁶라고 부른다. 행위자가 아님을 아는 것이다. 이는 숙명론이 아니라 자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지혜다.

평소 사용하는 언어를 바꿔보라. "내가 실수했다" 대신 "실수가 일어났다"라고 말해보라.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대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라고 해보라. 며칠 지속하면 변화가 일어난다. 자책과 자만의 감정이 줄어든다.

야야티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그의 깨달음이 일상에 스며든 감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나는 천 년을 써서 알았다. 경험하는 자와 경험을 관찰하는 자가 다르다는 것을"⁷.

이는 수행이나 명상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아, 지금 커피의 쓴맛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의식, 음악을 들으면서도 '지금 이 멜로디에 빠져있네'라고 관찰하는 시선이 그것이다.

매일 잠들기 전 다섯 분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어떤 감정들이 일어났는지, 그때 그 감정을 관찰하는 의식은 어땠는지 생각해보라. 점차 감정과 관찰자 사이의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경험자와 관찰자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는 것이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화를 낸 후 부끄러워했던 그 순간처럼, 일상의 깨달음들이 쌓여서 삶을 바꿀 수 있다.

 



각주:

¹ 마하바라타 1권 85장 - 야야티의 욕망에 대한 성찰

² 마하바라타 1권 85장 - 야야티의 천계 경험담

³ 마하바라타 1권 85장 - 야야티의 의식 분리 체험

⁴ 사크신(Sakṣin): 모든 경험을 지켜보는 관찰 의식. 경험에 참여하지 않고 목격만 하는 의식의 측면

⁵ 마하바라타 1권 85장 - 야야티의 행위자 의식에 대한 깨달음

⁶ 아카르타(Akartā): '행위자가 아님'을 뜻함. 모든 행동이 조건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베단타 사상

⁷ 마하바라타 1권 85장 - 야야티의 깨달음을 종합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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