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철학의 질문들] 시즌2-2주 신화의 상징과 신화 읽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Dandi 작성일25-08-20 08:03 조회76회 댓글0건첨부파일
-
Mahabharata1989Pt1.srt
(128.9K)
1회 다운로드
DATE : 2025-08-20 08:53:00
본문
온라인 / 2025년8월18일(월) 19시30분~ 21시05분 / 참석자 8명 / 블리스로 가는 길, 마하바라따 1권
<인도철학의 질문들> 세미나에서 마하바라타를 읽던 참가자가 고백했다. "뱀을 싫어하거든요. 읽기가 힘들었어요. 온통 뱀 이야기예요." 세 번을 읽었지만 어려웠다는 그의 고백은 현대 독자들이 고대 신화와 마주할 때 겪는 경험을 보여준다.
마하바라타 1권에 등장하는 뱀들과 뱀족(나가족) 이야기는 동물 서사가 아니다. 뱀족의 왕 탁샤카와 불의 신 아그니의 대결, 자나메자야 왕의 뱀 희생제, 아스티카의 중재 등이 얽힌 서사 구조 속에서 뱀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대 독자는 이러한 상징을 '뱀'이라는 형상에 가로막혀 읽어내지 못한다.
이 현상은 개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조제프 캠벨이 『블리스로 가는 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상징을 잃어버리면 우리 내면에 있는 크고 작은 자아들을 연결해 주는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현대인이 신화 읽기에서 겪는 어려움은 상징적 사고 능력의 위축과 직결되어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질문은 명확했다. "과학적 세계관이 우리 속에 들어오면서 상징적 사고를 자꾸 막는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 도입된 과학적 합리성은 원인과 결과, 실험과 증명을 통한 사실 확인을 진리 탐구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눈앞에 감각되는 것만을 갖고 질문하게끔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볼 수 없는 정신세계나 영역을 무시하거나 배척하게 만들었다.
분석해보면,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은 현상을 설명할 때 단일한 해석을 요구한다. 뱀은 뱀일 뿐이며, 신화 속 뱀족은 상상의 산물로 치부된다. 반면 상징적 사고는 하나의 형상이 여러 층위의 의미를 동시에 담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 뱀은 동시에 지하세계의 힘, 변화와 재생의 에너지, 지혜의 상징, 그리고 부족 집단의 토템일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20세기 들어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과학 자체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관찰자의 개입에 따른 현실의 변화 등은 과학적 합리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다. 한 참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양자라는 거는 이론 물리학이라는 상상의 물리학"이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그거를 만들어 내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마하바라타의 바우샤 편과 풀로마 편에서 등장하는 희생제의 서사는 현대 독자에게 난관을 제공한다. 우파마뉴와 우딴가의 스승에 대한 헌신, 금욕과 시련의 과정은 현대적 감각으로는 "맹신적 헌신"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한 참가자가 "JMS나 정명석" 같은 현대의 종교적 사기 사건을 연상했다고 고백한 것은 이러한 인식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현대인의 인식이 "자본시장에 포섭되어 있는 세계"의 논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종교적 수행도 모두 자본주의적 교환 관계나 권력 구조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신화 속 스승의 요구는 권력 남용으로, 제자의 헌신은 복종으로 읽힌다.
그러나 신화의 맥락에서 이러한 서사는 다른 의미층을 갖는다. 우파마뉴가 탁발도 거부당하고, 소젖도 금지당하고, 결국 눈이 멀어 우물에 빠지는 과정은 고행이 아니라 "내 안에 그 탐욕을 남김없이 불살라버리는" 상징적 죽음과 재생의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이 주는 빵마저 스승에게 바치는 행위는 자아의 해체를 통해 깨달음에 도달하는 신화적 패턴을 보여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상징 읽기의 돌파구로 '몸성'이 제시되었다. 한 참가자는 명상 경험을 바탕으로 "등뼈를 타고 올라오는 그 기운이 있는데 그게 뱀을 닮았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신화의 뱀이 외부의 동물이 아니라 "내 몸 안을 돌고 있는 기운"의 상징임을 직관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마하바라타 전체를 "내 머릿속의 일"로 읽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렇게 펼쳐놓은 거 아닌가"라는 해석은 신화를 외부의 사건이 아닌 내면의 심리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신들과 아수라들의 전쟁,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화해는 "어느 한 순간" 인간 의식 안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역동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캠벨이 강조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혜의 발현과 연결된다. 태양이 물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빛날 수 있듯이, 인간의 지혜도 몸이라는 물질적 토대를 통해서만 발현된다. 따라서 신화의 상징들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몸의 경험, 감각적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의 대중문화 현상은 상징적 사고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K-pop 데몬헌터스나 넷플릭스의 <신들린 연애> 같은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영성"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여전히 신화적 원형과 상징을 활용하여 현대인의 무의식에 호소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현상들이 과학적 세계관과 상징적 사고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나 상대성 이론 같은 현대 과학의 성과들이 동양의 도(道) 사상이나 신화적 사고와 유사한 지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입자였다가 또 다른 순간에 파동으로 보인다"는 양자역학의 개념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같다"는 신화적 인식과 일치한다.
이는 과학과 신화가 서로 다른 영역을 탐구하는 상호 보완적 도구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학이 물질 세계의 작동 원리를 탐구한다면, 신화는 인간 의식의 층위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둘 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지만, 접근 방식과 탐구 대상이 다를 뿐이다.
마하바라타 읽기의 어려움은 읽기 방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현대 독자는 정보 습득이나 논리적 이해를 목적으로 텍스트에 접근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신화는 "경전"으로서 "브라만이 이걸 기본으로 외우"던 텍스트였다. 수십 년간 반복해서 외우고, 체화된 후에야 비로소 의미 해석이 시작되는 방식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해석 방식이 "동네마다 또 달라"진다는 점이다. 똑같은 텍스트라도 공동체의 맥락과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힌다. 이는 신화가 고정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의 의식 상태와 삶의 맥락에 따라 다른 층위의 의미를 드러내는 텍스트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대의 신화 읽기는 "굳이 뭐 어떤 의미를 두지 말고 읽는 게 중요"하다는 참가자의 제안이 적절하다. 성급하게 현대적 해석을 덧씌우거나 교훈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텍스트 자체와의 만남을 통해 "읽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정보 습득이 아닌 의식의 확장, 상징적 사고 능력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읽기 방식이다.
캠벨이 말한 "크고 작은 자아들을 연결해 주는 장치"로서의 상징은 현재에도 필요하다. 과학적 세계관이 가져온 분석적 사고의 정밀함과 신화적 사고의 통합적 직관은 서로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의식의 다른 차원을 탐구하는 상호 보완적 도구이다.
신화 읽기의 어려움은 텍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인의 인식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 상징을 정보로 환원하려는 습관, 의미를 고정하려는 욕구,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 등이 상징적 사고를 가로막는다.
그러나 "내 안의 틈새"를 인정하고, 그 틈새를 통해 흐르는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일 때, 신화는 다시 텍스트가 된다. 뱀은 동물이 아니라 변화의 에너지가 되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권력 구조가 아니라 의식 변화의 과정이 되며, 희생제는 폭력이 아니라 재생의 의례가 된다.
이러한 읽기 방식의 전환을 통해 현대인은 과학적 사고의 정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징적 사고의 풍요로움을 회복할 수 있다. 그것은 분절된 자아들을 다시 연결하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다리를 놓는 일이다.
아래 피터 브룩 감독이 1989년에 제작한 힌두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영화 버전입니다. 브룩 감독의 1985년 원작 연극은 9시간 분량으로 4년간 전 세계 순회 공연되었습니다. 마하바라타를 읽고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https://archive.org/details/mahabharata-1989-pt-1
영상 다운로드 https://archive.org/download/mahabharata-1989-pt-1/Mahabharata%281989%29Pt1.mp4
자막 다운로드 https://gamidang.com/bbs/download.php?bo_table=0401&wr_id=12306&no=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