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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고미숙의 붓다칼럼 숫타니파타] 2.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 불꽃에서 파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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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5-04-12 09:31 조회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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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2025-03-21  

[고미숙의 붓다칼럼 숫타니파타]

2.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 불꽃에서 파동으로!

 

 

욕망의 시대 붓다의 처방은 오래된 미래였나

전쟁
·정복·육식 등으로 각축 벌인 16국 시대 '불'로 상징
전 세계 전쟁·질병·내란 횡행하는 오늘날 현실과도 상통
뱀 허물 벗듯 '탐진치' 불길 벗어날 때 비전 찾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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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룡과 함께 불타는 방에 머무는 부처님과 그 불을 끄려고 하는 카샤파의 제자들. 간다라 불상 대좌의 부조. 페샤와르 박물관.

 

 

‘숫타니파타’는 짧은 게송들로 이루어진 경전이다. 모두 5장인데, 1장은 ‘뱀의 품’, 2장은 ‘소품’, 3장은 ‘대품’, 4장은 ‘8송품’, 5장은 ‘피안으로 가는 길’ 등이다. 보다시피 제목들이 유기적이지 않다. 그래서인가. ‘길 위의 노래’답게 아주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이다.

먼저 1장은 ‘뱀의 품’이다. 모든 게송에 ‘뱀들이 묵은 허물 벗어버리듯’이라는 후렴구가 달려 있다.

불교의 핵심은 해탈이고, 해탈이란 ‘존재의 근원적 변이’를 뜻하는바, ‘뱀이 허물을 벗는’ 행위는 그에 대한 최고의 은유다.

“몸에 퍼진 뱀독을 약초로 다스리듯/치미는 화를 다스리는 수행자는/ 낮은 세계 높은 세계 다 버린다/뱀들이 묵은 허물 벗어버리듯
연못에 뛰어들어 연꽃을 꺾듯/남김없이 탐욕을 끊어버린 수행자는/ 낮은 세계 높은 세계 다 버린다/뱀들이 묵은 허물 벗어버리듯” (‘숫타니파타’, 이중표 역주)

그렇다. 존재의 변이를 이루려면 ‘치미는 화를 다스’리고, ‘탐욕을 끊어버려야’ 한다. 화는 ‘뱀독’과 같고, 탐욕은 ‘늪’과 같다. 실제로 화가 치밀 때는 간의 목(木) 기운이 뻗치게 된다. 맹독이 몸에 침투한 것과 같은 상태다. 또 탐욕에 빠지면 신장의 수(水)기운이 탁해져서 마치 ‘진흙뻘’에서 허우적대는 꼴이 된다. 분노와 탐욕의 기저에는 치심, 곧 무지가 있다. 무지란 ‘존재와 세계의 상호연결성’을 알지 못하는 것, 다시 말해 ‘오직 나밖에 없는’ 세상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고 또 괴롭다. 그것이 번뇌다. 번뇌란 말 그대로 몸 안에 화(火)기운이 망동한다는 뜻이다.

붓다는 초전법륜을 통해 다섯 비구를 아라한의 경지로 이끈다. 초기승가의 탄생이다. 이후 진리에 목마른 청년들이 대거 붓다의 숲으로 도래하면서 상가는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그러자 붓다는 선포한다. ‘사방으로 유행하라, 가서 다르마를 전하라!’ 자신 역시 길 위에 나선다. 그 길에서 카사파 형제들을 만난다. 그들은 ‘아그니’ 신을 모시고 신통력을 닦는 데 몰두하는 종파였다. 주지하듯, 바라문교는 다신교다. 그중 아그니는 불의 신이다. 아리안족이 대이동을 시도하던 초기에는 번개와 비를 상징하는 인드라 신이 주역이었다면, 붓다 당시에는 중심이 아그니 신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북인도에 16개 제국이 각축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육식과 전쟁, 정복과 약탈, 증식과 위계 등 제국을 상징하는 이 모든 것의 원천은 바로 ‘불’이다. 제국의 팽창과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도 불타기 시작했다. 아그니 신이 부상한 건 이런 맥락이다. 붓다는 가섭 형제들을 제자로 거둔 다음, 이렇게 말한다. “보라,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

“탐심과 성냄의 불은/모든 중생을 불사르네/이 번뇌의 불길도/늘 거센 기세로 쉬지 않아서/나고 죽음에 두루 잠기고/고통의 불길 또한 항상 타오르네.”(‘불소행찬’)

붓다가 길 위에 나선 지 2600여 년, 이 말이 지금처럼 실감나는 시대가 또 있을까? 코로나19로, 기후 위기로, 전쟁으로, 세계 도처가 불길이다. 아울러 우리의 일상과 내면 역시 쉼 없이 타오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포르노와 약물 등으로. ‘눈이 불타고, 혀가 불타고, 뇌가 불타고’, 그야말로 핫!한 시대다. 12·3 내란은 가히 그 절정이라 할 만하다. 그날 밤 ‘초현실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에 상응하는 ‘정치경제학적 토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내란의 주체, 그 ‘욕망의 심연’을 탐구해야만 한다. 더 충격적인 건 거기에 부응하는 극렬집단의 출현이었다. 혐오와 욕설, 폭동을 시그니처로 삼는! 저런 적대적인 이분법은 대체 어디에 의존하여 생겨난 것일까?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은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악플로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배설하고, ‘왜 나만 불행하냐’며 ‘묻지 마’ 테러를 감행하고, 탐닉과 공허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고. 그리하여 마침내 K-컬처에 대한 찬양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누리게 되었다. 그렇구나! 각자도생의 미명 하에 소통과 교감을 ‘개무시한’ 일상과 내면이 저 불기둥의 연료가 되었겠구나! 그런 점에서 12·3 내란은 우리들 마음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비춰준 셈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열반을 향한다. 열반이란 ‘불이 꺼진’ 상태다. ‘욕망의 불꽃’에서 ‘물의 지혜’로의 대전환을 선포한 것이다. 불이 물을 만나면? 불꽃이 꺼지면서 빛의 파동으로 화한다. 불꽃은 주변을 태워버리지만 빛은 사방으로 분사된다. 세상 곳곳에 스며들어 모든 것을 연결한다. 불꽃에서 빛의 파동으로! 우리 시대가 나아가야 할 비전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탐진치’의 불길에서 우리 자신을 구해내야 할 때다.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 마침 2025년은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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