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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기고] 변했다고(革)?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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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4-13 11:25 조회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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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2026-04-12

[창이지 장현숙] 

변했다고()? 정말?

 

 

변한다는 건 말만으로 안 이뤄져

내 일상이 달라져야 진정한 변혁

 

 

인문학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이 공부를 통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역사나 철학을 통해 기존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치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나는 가고 새로운 내가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처음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예전보다 더 근사하게 말하고 제스처도 멋있어졌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했다. 분명 지적인 앎은 많아진 거 같은데, 뭔가 아닌 거 같은. 일정 부분 바뀐 건 맞지만 그들이 말하는 변혁(變革)의 수준은 아닌 게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주역>에서 변혁을 얘기하는 괘는 택화혁(澤火革, ䷰)이다. ‘변혁’은 옛것을 변화시켜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괘의 모양을 보면, 물(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려 하고, 불(火)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 한다. 불을 만난 물, 물을 만난 불. 두 개의 다른 욕망이 격렬하게 맞부딪친다. 이는 인문학 공부를 처음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책에서 읽은 세계는 기존에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난 것이다. 이때 우리 안엔 거대한 두 세계가 충돌한다. 여태 알던 세계는 우리보고 더 움켜쥐며 사는 게 옳다고 했다. 자기를 위해서 더 열심히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새롭게 알게 된 세계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세상은 서로 의존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니 애초에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움켜쥐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함께 사는 법을 모색하라고 한다. 불과 물이 만난 것처럼 소리가 난다. 치열한 무엇이 맞부딪힌다. 여태 알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거 같다. 새로운 앎은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드러낸다. 그 세상이 너무나 선명해서 어느 순간부턴 나도 그렇게 사는 착각이 든다. ‘기존의 나는 이제 없다. 나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변혁은 이루어졌다.’ 그런데 정말?


혁괘에서는 변혁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사람들이 믿는다(已日乃孚)고 한다.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재가 달라지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 게다. 대상전에서는 ‘치력명시(治歷明時)’라고까지 한다. 정말 달라졌다면 새로운 역법을 제정해 기존과는 다른 때를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역법’은 어떤 세계의 시간 규칙이다. 새로운 역법을 만든다는 건 그 세계의 시간 규칙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시간을 바꾼다는 건 일상을 바꾼다는 것인데, 일상의 변화는 존재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가능하다. 그러니 변혁은 내가 ‘본’ 세상에 맞게 내가 살아가는 ‘일상’도 바뀌어야 하는 일이다.


이는 가죽(革)을 만들고자 동물의 껍질을 수백 번 무두질하는 것처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자신이 변했다는 ‘말’만으론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누군가가 달라졌다는 걸 어떻게 아는가. 그들의 말? 그들의 생각? 말은 구름처럼 쉽게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생각은 알 수 없다. 그들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그들의 일상의 모습이다. 하루의 시간, 한 달의 시간, 일 년의 시간을 쓰는 모습이 달라졌을 때, 사람과 동식물을 대하는 태도, 물건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을 때이다. 변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모습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의 일상을 먼저 보라. 일상의 모습이 기존과 같다면 아직 변혁을 이룬 게 아니다. 세상도 그러하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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