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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쓰기] 국선도 수련원의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이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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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5-31 10:26 조회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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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 수련원의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이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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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혜 영 (곰숙씨의 글쓰기공장)

작년 9월부터 나는 아파트 상가에 있는 국선도 수련원 돈암점에 다니고 있다. 나와 “국선도가 잘 맞을 것 같다”던 누군가의 오래전 권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라시대 화랑들의 심신수련법으로 전해지는 국선도는 이제 온갖 새로운 운동들에 밀려 쇠락하는 추세다. 실제로 수련 첫날,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겨우 다섯 명의 수련생 모두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평범한 이웃으로 만난 그들 한 분 한 분의 삶은 저마다 특별했다. 마치 ‘인간극장’의 주인공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50대 후반의 여자 원장은 미국에서 10년을 살았고, 그 시절이 자랑스러운지 ‘내가 미국에 살 때’란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국선도를 찾는 사람이 적어 수련원은 적자운영 중이며, 2년 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다. 규정상 수련은 오후 세 시부터 80분간 진행되지만, 원장은 매번 100분을 꽉 채워 열성적으로 가르친다. 특히 초보인 내 손을 끌어당겨 자기 몸 이곳저곳을 눌러보게 하거나, 내 복부를 꾹 누르며 단전의 흐름이 느껴지는지 묻는다. 처음엔 그 낯선 접촉이 불편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도 자연스럽게 원장의 몸을 누르며 호흡과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챈다. 나는 깨봉에 오느라 월요일마다 결석하고, 약속이 있으면 다른 날도 빠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원장은 다음 날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본 적이 있었나 싶다.

처음 수련에 참여한 날, 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이는 78세의 윤보살님이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그녀의 얼굴에는 은은한 광채가 돌았고, 꼿꼿하게 물구나무를 선 채 단전호흡을 이어가는 모습은 마치 도인 같았다. 원장의 말로는, 3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굽은 어깨로 힘겹게 이곳을 찾았던 분이라고 한다. 주치의조차 놀랄 만큼 회복된 지금의 모습은 오로지 끈질긴 수련이 만든 기적이었다. 수련이 끝나면, 그녀는 선두에 서서 ‘1분 박수치며 웃기’를 이끌었다. 처음엔 억지로 쥐어짜낸 웃음이 어색했지만, 어느새 나도 웃음을 터뜨리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열 살 연상인 윤보살님을 바라보며, 나 또한 그녀처럼 몸과 마음이 단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련원의 최고령자인 84세의 유선생님은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던 분이다. 그녀는 23년째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돌보고 있다. 여기에 남편까지 더해 ‘두 남자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며 투덜거리듯 말한다. 무엇보다 아들은 수시로 병원에 입원하는데, 간병인을 거부해 아들의 곁을 지키는 일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지칠 대로 지친 아들은 매일 죽고 싶다는 말을 하고, 그 무거운 분위기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 그녀는 힘에 부쳐도 수련원에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선생님은 이곳에서 가장 잘 웃는 사람이다. 언제나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가수 이승윤의 ‘빅뱅’과 ‘블랙홀’이 언급된 노래들을 유독 좋아한다. 나는 그녀의 무거운 삶에서 길어 올린 그 밝은 웃음을 보며 삶의 지혜를 얻는다. 가끔 수련 중 힘든 동작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듯 주저앉는 그녀를 볼 때면, 내 가슴도 함께 찡해진다.

수련원에서 거의 결석하지 않는 모범생은 가수 남수란이다. 그녀는 58년생 개띠로 나와 동갑이다. 처음에는 낯선 이름이라 무명가수인 줄 알았지만, 젊은 시절 활동하던 영상을 유튜브로 보여주며 구독해 달라고 했다. 트로트 가수인 그녀는 한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히트곡 CD와 테이프를 판매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렸고, 지금도 연금처럼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다만 오랜 세월 하이힐을 신고 전국 무대를 누빈 탓에 그녀는 종종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수란의 남편이 그녀의 국선도 실력을 보기 위해 수련원에 왔다. 원장은 남수란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량을 뽐내고 싶었는지, 평소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동작을 이끌었다. 전면의 거울을 보니, 우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하나하나의 동작에 집중하고 있었고,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남수란의 남편은 마치 사감 선생 같았다. 다음 날 그녀는 남편이 우리의 국선도 실력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할머니들의 표정이 환해졌고, 나도 덩달아 웃었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지 모를, 주객이 전도된 듯한 묘한 경험이었다. 하루는 남수란이 내게 “친구야, 빠지지 말고 매일 나와”라고 말했고, 그 후 우리는 한결 편한 사이가 되었다.

수련원에서 가장 젊은 사람들은 50대 부부다. 건강이 좋지 않아 남편의 손에 이끌려 왔다는 부인은, 6개월이 지난 지금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복싱을 비롯해 안 해본 운동이 없다는 남편은 국선도가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평균 연령 70세인 할머니들 사이에서 그는 가장 젊고 건강해 보이는 유일한 남자다. 원장이 가끔 부탁하면, 그는 뿌듯한 표정으로 우리 앞에서 모범적인 동작을 시연해 준다. 그런데 그가 결석하는 날이면, 우리는 마음 편히 거리낌 없는 대화를 한다. 혹시라도 그마저 그만둔다면, 수련원은 그야말로 ‘할머니 천하’가 되겠지만, 가끔은 그가 없는 ‘자유로운 천하’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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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넉 달 동안 나는 국선도 수련원에서 귀한 경험을 쌓았다. 아직은 드물지만, 깊은 단전호흡 끝에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을 가끔 마주한다. 그것은 국선도가 내게 선물해 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충만함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한 분 한 분이 저마다의 깊이를 지닌 거대한 우주와 같았다. 힘겨운 현실을 견디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며, 나는 어떤 나이든 얼마든지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는 지혜와 더불어 ‘함께함’의 소중함을 배웠다. 부디 국선도 돈암점이 적자에서 벗어나, 오래도록 우리 모두의 따뜻한 안식처로 남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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