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나의 허리가 ‘위중’했다 > MVQ글소식

MVQ글소식

홈 > 커뮤니티 > MVQ글소식

[감성에세이] 나의 허리가 ‘위중’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3-19 00:52 조회90회 댓글0건

본문

나의 허리가 ‘위중’했다

1.jpg


최 승 천 (토요 감이당 주역스쿨)

나는 살아오면서 내 나이가 어서어서 60세 넘어가기를 갈망했다. 세월과 함께 마음이 단단해지고 내공이 쌓여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휘둘리지 않아 서걱거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일과 가정의 압박에서 벗어나 내 안에 깊숙이 가라앉혀 놓은 것들을 꺼내 온전히 나만의 인생을,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서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다. 나의 바람대로 세월은 흘러, 남의 말을 마음 편히 받아들여 거슬림이 없어진다는 이순(耳順)이 훌쩍 넘었고, 쓸데없이 주변 일에 출렁거리는 일도 줄어갔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인 방황과 고민이 줄어든 자리에, 세월과 함께 신체적 변화와 병증들이 또 다른 방향으로 삶을 흔든다는 것을…. 

무심히 창문을 열다가 옆구리 담이 걸려 며칠씩 불편해짐을 시작으로, 오래 앉아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갑자기 몸을 일으켰을 때,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통증이 밀려왔다. 또한 이전에는 깜박이는 신호에도 인정사정없이 뛰어 건넜지만, 이제는 아무리 급해도 건널목에 이르러 섣불리 뛰지 못한다. 또한 지하철의 접근 경보음이 들리면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가 민첩하게 올라타던 일들을 포기하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 다가오는 차를 놓칠세라 몇 번 뛰어봤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강이뼈까지 뻐근한 통증이 밀려와 그 이후로 몸이 보내는 신호에 얌전히 따른다. 이외에도 평소보다 오래 걸었다 싶은 날은 발목이 시큰거리고 조금이라도 뛰어볼라치면 무릎이 욱신거려 뼈가 쇠퇴해져 감을 생활에서 종종 느끼며 살았는데 급기야 지난 9월 초, 쓰레기 처리를 하다가 갑자기 허리 통증이 왔다. 

몸을 바로 눕기 위해 뒤척일 때는 물론이고 변기에 앉고 일어날 때도 신음이 저절로 나왔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통증이 있어 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세수도 서서 해야 할 지경으로 감이당도 올 수 없었고 일주일을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만 했다. 몸속 뼈 통을 알려주는 뻐근하고 쑤시며 시큰거리는 뼈의 통증은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다가온 현실이 되었고 자유롭지 못한 일상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나는 이 병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고민이 생긴 것이다.

2.jpg

뻐근하고 쑤시며 시큰거리는 뼈의 통증은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다가온 현실이 되었고 자유롭지 못한 일상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나는 이 병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고민이 생긴 것이다.

동의보감은 骨者水之府也 人有骨八十 髓滲其中 以强身體(골자수지부야 인유골팔십 수삼기중 이강신체) 즉 뼈는 수에 속하고, 사람에게는 주요 뼈가 80개 있으며, 뼈 무게의 3배가 되는 골수는 그 속에 스며들어 몸을 강하게 한다고 했으며, 뼈는 골수를 보호하고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므로 만약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걸을 때 후들후들 떨리는 것은 뼈가 쇠 하려는 것이라 하였다. (『신완역 동의보감 2 외형』, 709쪽) 골(骨)은 신(腎)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신주골(腎主骨)’로서 골수는 정(精)의 근원인데 신이 허하면 골이 약해지고, 정기신(精氣神)이 충실치 못하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이 허해져 척수골이 아프고, 오래 서 있으면 무릎까지 아프게 되는 것이다. 

나의 허리 통증은 좌섬요통(挫閃腰痛)으로 특정한 상황 주로 무거운 것을 들다가 혹은 갑자기 일어나다 찾아온 것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이것을 ‘개요통(疥腰痛)’이라고 하는데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같은 책, 662쪽) 그러나 허리 통증은 단순한 물리적인 문제 외에도 기혈의 흐름이 막혀 경락의 흐름 불균형에서 비롯 될 수도 있다. 즉 요통은 신허(腎虛)로 생기며 그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결국은 기 순환이 제대로 원활치 못해 온몸의 뼈들이 아우성치듯 수시로 저리며 후들거리는 일상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아픈 통증만큼 마음의 통증이 따라왔다. 저만치에서 그대로 있는 마음이 몸의 병증을 따라가지 못한 마음통증이 들었으나 동의보감을 배우며 이전과는 다르게 경계하고 신경 쓰고 감내하며 그 원인을 찾아보며 알아가는 과정은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다. 

정형외과에서는 허리 통증의 원인을 4번, 5번 허리뼈의 부분적 탈골이라고 일러주었는데 나는 동의보감식 시각으로 그 원인을 설정해 보려 했다. 첫째 원인은 신은 뼈를 주관하는데 신이 허하므로 뼈의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비위의 운화작용 부진으로 뼈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이에 따라 골수가 원활히 만들어지지 못해 전체적으로 골수가 부족해져 뼈가 허약해지는 것으로 노화를 그 원인으로 생각되었다. 둘째 원인은 평소 바르지 못한 자세가 만든 경락의 불균형이 기혈의 순환을 원활치 못하게 한 것이고, 끝으로 오장에 배속된 감정 중 신은 두려운 감정인데 크고 작은 근심 걱정이 신을 약하게 한 것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된 것이다. 나의 감정조차 뼈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며 내 몸의 전체적인 순환 기능에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우선 나는 경락의 흐름을 찾아보았다. 방광경, 신경, 간경 등이 뼈에 주요한 역할을 하면서 또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데 첫째로 수에 속하는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기시인 용천혈을 자극함으로써 족소음신경에서 뻗어나가는 목기로 온몸의 기혈을 순환시키기 위해 수시로 자극해주었다. 눈 안쪽 정명(睛明)에서 시작되는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은 허리와 관련이 깊은데 방광경은 신체 후면을 따라 흐르며, 특히 허리와 엉덩이, 다리 뒤쪽을 지나가는데 방광경의 주요 경혈들을 지압하면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며, 그중 무릎 뒤쪽 오금의 중앙 가로로 간 금의 우묵한 곳에 있는 위중혈(委中穴)은 몸의 중심인 허리가 무너졌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류시성 외, 혈자리서당』, 북드라망, 308쪽) 

나는 배운 대로 위중혈을 계속해서 강하게 마 사지해 주었다. 그리고 배꼽 뒤쪽 허리뼈 돌기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옆으로 간 자리의 신수(腎兪)혈로 신허증의 기운을 보강하고 요통을 완화해 주려 했으며, 신수혈 바로 위, 등 한가운데보다 약간 아래 비수(脾兪)혈 또한 기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하여 이들 혈자리를 양쪽 엄지로 5초에서 10초씩을 눌러가며 지압을 가해보기도 했다. 또한 몸 뒤로 흐르는 독맥의 대추(大椎)혈도 기와 혈의 흐름을 도와주는 중요한 경혈로 허리 문제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 혈 자리 그림을 보며 더듬더듬 찾아 눌러보고 주물러가며 자극해주는 동시에 그 자리마다 학우에게서 받은 핀 침도 놓아보았다.

3.jpg

오장에 배속된 감정 중 신은 두려운 감정인데 크고 작은 근심 걱정이 신을 약하게 한 것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된 것이다. 나의 감정조차 뼈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며 내 몸의 전체적인 순환 기능에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 간절하고도 신기한 마음으로 경혈을 자극해 그 흐름을 원활하게 해 보고자 한 노력 결과인지, 한의원 침술이 유효했던지 보름쯤 지나자 허리 통증은 차차 완화되어 갔다. 이후 허리에 복대를 하고 요가에서 배운 허리 강화 운동과 이완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며, 열 찜질과 함께 몸 뒷부분 혈 자리 지압을 지속해서 경락의 흐름을 촉진해보자 했다. 어느 처방 덕분인지 모르지만, 서서히 고통스러운 허리 통증에서 벗어나고 있다. 때에 딱 맞게 내게 다가온 동의보감의 요편과 골편을 더욱 관심 있게 찾아보며 언제 다시 통증이 찾아올지 모르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증상은 자주 나타나게 되겠지만 동의보감을 배운다는 것은 노화 과정으로 가는 길목에서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와 위안이 된다. 

나는 일상에서 어떻게 몸을 자양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질문으로 노·병·사에 적응해 가려 한다. 몸에 좋은 보약을 먹는 것보다 내 몸의 순환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평소 음식습관을 알아차리며 정갈한 음식으로 자양하고자 한다. 앉아 있는 시간과 자세를 수시로 관찰하며,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지 않은가? 일상의 패턴을 살펴 칠정의 균형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과 휴식등으로 기운을 순환시키고자 한다. 이전보다 더 건강하기를 바라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프지 않을 수도, 늙지 않을 수도 없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수시로 ‘위중혈’을 자극해 가면서 말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