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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쓰기] 불안한 아이 뒤에 숨어 있는 불안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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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3-29 12:02 조회1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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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아이 뒤에 숨어 있는 불안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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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곰숙씨의 글쓰기공장)

“선생님,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선생님, 이 답이 맞아요?” 수업할 때, 질문에 대답할 학생을 지명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잘하고 야무지다고 평가받는 아이들로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다. 심지어 시험 칠 때, 질문이 있다고 해서 가보면 “선생님, 이렇게 쓰면 돼요?”가 질문인 경우도 있다. ‘정답이다’, ‘잘했다’라는 피드백을 받기 전에는 좀처럼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 올해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수강할 과목 선택권을 부여한다. 그런데 과목의 난이도와 수강 학생수에 따라 내신 등급이 달라지고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진다. 학생들은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 혹시 있을지도 모를 더 좋은 선택을 놓칠까봐 불안해한다. 실수 없이 완벽한 선택을 하고 싶은 욕심이 불안을 만들고 키운다.

지난 8월 아이의 자신감 회복이 필요하다며 교사에게 아이 맞춤형 문제를 가져와서 출제해달라고 하는 민원이 뉴스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극단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요즘에는 자녀가 상처받았다고 민원전화를 하는 학부모가 많아졌다. 아이들이 집에서 하소연하거나 울기라도 하면 학교로 전화해서 따져 묻는다. ‘왜 우리 아이에게 상처를 주느냐고….’ 이런 현상은 ‘내 아이는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 ‘내 아이만큼은 아픔과 실수 없이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부모의 마음 또한 욕심이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피아노 학원, 바이올린 학원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다. 3개월쯤 뒤에 ‘아이가 학원을 오지 않는다’라는 학원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아이에게 이유를 물으니, 피아노는 손가락이 아파서, 바이올린은 어깨가 아파서 가기 싫다고 했다. 하고 싶다고 한 것을 3개월 만에 포기하면 앞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아이의 잦은 결석에 결국 학원 보내기를 포기했지만, 이후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숙제, 화장, 아이돌 덕질, 씻기, 핸드폰 등 많은 영역에서 둘째 아이와 치열하게 밀고 당기며 싸웠다. ‘반듯한’ 내 아이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놓고 그 모습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둘째 아이를 보며 화를 냈다.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이 ‘반듯한’ 모습으로 잘 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넘어, ‘내 아이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라는 당위가 무너지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둘째 아이의 저항에 결국 나는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아이가 내가 정해놓은 모습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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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노거수를 보러 갔다. 550년 된 팽나무였다. 어마어마한 나무 둘레, 처음 보는 수형, 넓게 퍼진 가지와 잎들이 만들어 낸 그늘! 웅장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쉼이 필요할 때 여기에 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밖에서 상처받고 울 때 이것을 지켜보는 것이 부모에게는 큰 고통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며 배우는 것을 참고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고통이다.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만큼 성장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부모도 어른이 된다. 노거수는 긴 세월 많은 일들을 참고 견뎌내서 우리에게 그런 편안함을 주는 게 아닐까?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런 노거수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 힘든 일이 생길 때는 언제든 그 그늘에 와서 쉬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하소연도 할 수 있는 노거수! 그러다가 툭툭 털고 스스로 일어나 갈 수 있게 그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노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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