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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이어서 뛸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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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5-06-14 09:39 조회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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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 아 (2025 감이당 토요 주역스쿨)

 

남편은 다니던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 두게 되면 조금 쉬면서 급여를 줄이더라도 집에서 출퇴근 거리도 적당하고, 정시퇴근이 가능한 곳으로 알아보면 어떻겠느냐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하더니 두 달 전 급히 회사를 옮겼다. 거리가 멀어서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하철로 거의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거리도 힘들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업무 스타일이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퇴근도 제 시간에 하지 못했고 저녁 10시가 되어서 오는 것이 보통이었으며 집에 못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수가 없는 사람이 더더욱 말을 하지 않았다. 집 분위기는 어두워지고 아이들도 아빠 눈치를 보게 됐다. 친정 가족 모임에 갔을 때 동생이 “형부 왜 이렇게 말랐어요?” 하고 놀라며 물었다. 매일 보는 사람은 살 빠짐까지는 몰랐는데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는 확 표시가 났었나보다. 그제야 이 사람이 몸이 축 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급기야 “나 회사 그만 둬도 되나?”라고 물어왔다.

주역 수업에서 중천건(重天乾) 괘 효사 읽어오는 것이 숙제였다. 지하철에서 다시 읽다가 구사효가 눈에 들어왔다. 九四, 或躍在淵 无咎 (혹은 도약하기도 하고 연못에 있기도 하니, 허물이 없다). 뛸까 말까를 고민하는 남편의 상황인 것 같기도 했고, 남편의 실직을 대비해 내가 일을 할까 말까하는 내 마음 속 혼란의 상태이기도 했다. “구사효는 본래 뜻함이 씩씩하고 사려함이 깊다. 그래서 도약하더라도 조급하게 나아감의 허물이 되지 않을 것이고, 연못에 있다 하더라도 겁을 집어먹고 물러나 있음의 허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왕부지, 주역내전』, 김진근 옮김, 학고방, 27쪽)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결론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직장을 나와서 다시 일의 자리로 복귀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그래서 아이들을 험난함 속에 빠뜨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 남편이 저러다가 병이 들어 누워있으면 더 힘들 것 같다는 나의 계산, 내가 일을 나간다면 엄마의 부재로 인해 당황할 것 같은 아이들 걱정이 이도저도 못하는 구사효와 같다고 느꼈다. 남편에게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겠고, 나에게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평안하고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이겠다.

더 고민해 보라는 말과 함께 남편의 두 번째 사표가 반려 났다. 회사가 주말까지 맘 놓고 쉴 수 없도록 급박하게 일을 몰아붙이는 매몰찬 곳인 줄 알았는데 남편의 퇴사를 막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 씀이 보이기도 했다. 자신 가정사의 어려움을 말하며 본인도 이렇게 하고 있으니 같이 하자는 상사의 말도 있었고, 몰아붙이는 업무스타일을 바꿔보겠다는 대표의 말도 있었단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도 어리니 조금 더 그곳에서 일을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남편은 주말 내내 방에 틀어박혀서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월요일 출근 때가 다가올수록 식사양도 줄고 안색도 어두워졌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 못하는 남편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출근한 남편에게 구사효의 설명을 사진으로 보내주었다.

딱 1칸이 미달하여 ‘그만두고자 하나 그럴 수 없음’이면 그만두는 것보다는 나아가는 것이 나으며, ‘좇아가고자 하나 도달할 방법이 없음’이면 나아가다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또 ‘ 상제께서 너에게 임하시니 절대로 네 맘을 두 가지로 갖지 마라’라고 하면 나아가는 것이 그만두는 것보다 낫고, ‘때를 기다린 뒤에 일어나라’라고 하면 나아가다 그만두는 것이다.(같은 책, 28쪽)

“그만 두는 것보다는 나아가는 것이 나으며”에 중점을 두고 보낸 사진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도달할 방법이 없음이면 나아가다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미안한 목소리로 세 번째 사표를 냈다고 한다. ‘그래, 잘했어’라고 했지만 이제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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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四, 或躍在淵 无咎. 혹은 도약하기도 하고 연못에 있기도 하니, 허물이 없다

 

아침 산책길에 까치의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까치 두 마리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몇 개 올려 져 있는 것을 보니 집을 짓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한 마리는 나무 위에서 소리를 내고 한 마리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하나씩 쌓고 있었다. 그 과정을 교대로 반복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마리가 자기가 물고 온 나뭇가지를 놓다가 간신히 모은 나뭇가지 여러 개가 떨어졌다. 위치를 알려주었던 까치가 원망하거나 화를 낼까 보는 내가 마음을 졸였다. 그런데  방금 전 위치를 알려주던 까치는 탓함과 불만 없이 늘 있는 일인 듯 교대하여 다시 내려갔다. 얼마나 많은 반복과 시행착오로 집을 완성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 굳건하고 씩씩하고 성실한 건의 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맑은 기운의 건의 덕을 공부하니 내 마음도 맑고 굳세게 바뀌는 것 같다. 까치같이 당연하게 내가 교대해 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니 한 결 마음이 편해진다. 일을 하게 된다면 공부한 것들을 펼쳐 보일 있는 장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집에 있게 된다면 아직 어린 중학생 아이를 조금 더 돌봐 줄 수 있어 좋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상황, 이것이 무구함을 말하는 것 같았다. 

신중하게 행동에 옮기게 되는 갈림길, 오직 순수한 건의 운용 원리가 되어 그 시에 개입할 때라야 이를 잘 처리 할 수 있다. (같은 책, 28쪽) 터치해서 교대해야 하는 그 시간은 삶에 집중할 때 알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집중은 마음을 고요하게 할 때, 기운을 하나로 모을 때 가능하다. 일을 할까 말까 하는 두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을 때의 산만함과 정신없음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우선 때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시댁 어르신들과 남편의 반대로 종일제 일은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하러 나가기 전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으면 되겠다. 내가 터치하고 나아가야 할 때를 놓치지 않도록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몰입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이어서 뛸 준비를 해야겠다. 뛰어도 뛰지 않아도 무구한 상황이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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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게 된다면 공부한 것들을 펼쳐 보일 있는 장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집에 있게 된다면 아직 어린 중학생 아이를 조금 더 돌봐 줄 수 있어 좋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상황, 이것이 무구함을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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