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점에 마음이 갔던 것은 내가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것 역시 마음 수양을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감이당에 오기 전에도 나는 지인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의 끈은 놓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이 점점 완고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에서도 나와 생각이 다르면 마치 공격이라도 받은 듯 방어하기에 바쁘거나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 더욱 심한 것은 주변에 계속 화를 내는 나의 상태였다.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책이 어쩌면 내게 독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독서 자체가 ‘공부’는 아니라는. 나는 기존의 내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책을 읽으면 그만큼 사고가 넓어지고 깊어지리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좁아지고 단단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화만 느는 것이었고.
손오공만 보아도 마음 수양이 안 된 채 얻은 강한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 역시 그렇지 않을까? 마음 수양 없이 쌓인 지식은 위험한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 자체가 마장(魔障)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유기』를 읽다 보면 구법의 길과 요괴의 길은 한 끗 차이처럼 보인다. 자칫하면 구법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요괴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6년째 감이당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 내 공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지, 아니면 길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감이당에서 처음 공부를 하면서 내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는 바뀐 생각을 또 공고히 하면서 완고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손오공을 비롯한 삼장법사 일행은 81난을 거쳐 결국 정과(正果)를 얻는다. 81난으로 상징되는 마장을 겪으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요괴들은 어떤 이유로 길을 잃고 요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탐구하면서 현재 공부하는 내 일상생활을 검토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공부의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