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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나의 공부는 ‘서쪽’으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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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5-07-13 07:47 조회1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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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부는 ‘서쪽’으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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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수 영 (2025 감이당 금성 글쓰기 아카데미)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처음 등장할 때는 돌 원숭이라고 불린다. 돌 석(石) 자에 원숭이 원(猿) 자를 써서 ‘석원(石猿)’. 그리고 원숭이 왕이 되었을 때는 수식어로 앞에 ‘멋진’이 붙는다. 멋진 원숭이 왕. 한자로 하면 미후왕(美猴王). 불교 경전에는 ‘심원의마(心猿意馬)’라는 말이 나오는데, 마음은 원숭이 같고 뜻은 말이 뛰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번뇌로 중생의 마음이 잠시도 고요하지 못하고 언제나 어지러움을 이르는 말이다. 이탁오는 돌이란 단어는 마음의 수양을 위해서는 먼저 굳세게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들, 욕망하는 것들을 끊어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끊어내면 미후왕이 된다. 미후왕은 『본생경』에 부처님의 전생으로도 등장하는데 원숭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손오공을 칭하는 이름의 변화만 보더라도 『서유기』에서 경전을 구하는 여정은 마음 수양의 여정이기도 하다.

『서유기』에는 삼장법사 일행을 포함해서 천신을 비롯해 많은 요괴가 등장한다. 손오공이 장생의 도를 구해 수보리 조사를 찾아가고 그에게서 이십여 년을 수행해 장생의 도를 얻고, 72가지 변신술과 근두운법을 익히게 된 것처럼, 요괴들은 천신들의 동자라든지 도를 익혀 능력을 얻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긴 시간 수행을 한 손오공이 다시 수렴동으로 돌아와서 여의봉을 얻게 되는 과정부터 하늘나라에서 난장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수보리 조사에게 배우면서 어떻게 마음 수양이 하나도 안 되었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 점은 요괴들도 마찬가지다. 관음보살 밑에서 일을 하든, 태상노군 밑에서 일을 하든 관음보살과 태상노군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없었을까? 어떻게 요괴가 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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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보살 밑에서 일을 하든, 태상노군 밑에서 일을 하든 관음보살과 태상노군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없었을까? 어떻게 요괴가 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을까?

 

이 지점에 마음이 갔던 것은 내가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것 역시 마음 수양을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감이당에 오기 전에도 나는 지인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의 끈은 놓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이 점점 완고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에서도 나와 생각이 다르면 마치 공격이라도 받은 듯 방어하기에 바쁘거나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 더욱 심한 것은 주변에 계속 화를 내는 나의 상태였다.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책이 어쩌면 내게 독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독서 자체가 ‘공부’는 아니라는. 나는 기존의 내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책을 읽으면 그만큼 사고가 넓어지고 깊어지리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좁아지고 단단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화만 느는 것이었고.

손오공만 보아도 마음 수양이 안 된 채 얻은 강한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 역시 그렇지 않을까? 마음 수양 없이 쌓인 지식은 위험한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 자체가 마장(魔障)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유기』를 읽다 보면 구법의 길과 요괴의 길은 한 끗 차이처럼 보인다. 자칫하면 구법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요괴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6년째 감이당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 내 공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지, 아니면 길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감이당에서 처음 공부를 하면서 내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는 바뀐 생각을 또 공고히 하면서 완고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손오공을 비롯한 삼장법사 일행은 81난을 거쳐 결국 정과(正果)를 얻는다. 81난으로 상징되는 마장을 겪으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요괴들은 어떤 이유로 길을 잃고 요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탐구하면서 현재 공부하는 내 일상생활을 검토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공부의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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