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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장 에세이] 괴로움은 시어머님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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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6-22 11:06 조회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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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은 시어머님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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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영 미 (곰숙씨의 글쓰기공장)

 

작년에 아빠의 장례식을 치른 후, 시어머님과 사건이 있었다. 아빠의 부고를 알리지 않았는데도 시댁 큰집에서 부의금을 내주셨다. 그 사실을 알고 장례식 후에 과일을 들고 찾아가 감사인사를 드렸다.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어머님은 부의금을 꽤 많이 하셨고,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도 진심으로 걱정해주셨다. 그런데 내가 큰댁에만 과일을 드린 걸 아시고는, 본인이 그렇게 마음을 썼는데 시부모보다 남을 더 챙긴다며 자신들을 무시했다고 크게 화를 내셨다. 나는 어머님께 감사인사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고, 시부모님께는 과일보다는 식사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주 정도는 내가 슬픔을 추스르는 시간을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님의 말씀이 야속했다. 이런 사건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님은 내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화를 내셨고, 그 이유는 섭섭함이었다.

나는 어머님과의 문제로 괴로우면서도 답이 없단 생각에 그냥 덮어두고 지냈다. 그리고 왠지 시댁 문제는 식상하다는 생각에 글로 써 볼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숫타니파타』 속 ‘두 가지 관찰의 경’을 읽다가 이 문장을 발견했다.“발생한 괴로움은 어떤 것이든 조작하는 행위를 인연으로 생긴 것이다.”괴로움이 조작하는 행위에서 생긴다고? 혹시 화를 내는 어머님 때문이 아니라 내가 뭘 조작하고 있어서 괴롭다는 것인가? 여기서 말하는 조작이란 어떤 의미일까? 당황스러움과 함께 질문들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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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 조작하는 행위에서 생긴다고? 혹시 화를 내는 어머님 때문이 아니라 내가 뭘 조작하고 있어서 괴롭다는 것인가? 여기서 말하는 조작이란 어떤 의미일까? 당황스러움과 함께 질문들이 생겨났다.

 

질문을 곱씹다보니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내 마음 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말들이 떠올랐다. ‘아무리 잘해도 어머님의 기대를 채울 수 없다, 나는 항상 어머니에게 부족한 며느리다. 어머님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굳어진 인식이다. 어머님이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음에도 내가 짐작하고 단정 짓는 것, 즉 사건 위에 나의 주관적인 해석을 덧대는 행위가 바로 경전에서 말하는 ‘조작’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식으로 조작하게 되었을까. 어머님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신다. 가족 외의 관계는 거의 없을뿐더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시아버님, 시누이도 어머님을 어려워한다. 정은 많으시지만 성격이 까칠하신 편이라 남편은 어렸을 적에 엄마 때문에 결혼을 못할까봐 걱정을 했다고 한다. 나는 어머님의 이런 생활패턴과 성격에서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섭섭함을 토로하며 화를 내는 어머님이 어렵고 부담스러우면서도 너무 안쓰러웠다. 더 나아가 그 외로움을 내가 채워주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자 어머님의 ‘나를 무시했다, 섭섭하다’는 표현은 나에게 죄책감과 비난으로 작동했고, 그로 인해 괴로움이 더 커진 것이다.

“괴로움은 조작하는 행위에 의지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알아차리고 일체의 조작하는 행위 그치고 관념을 없애면 괴로움이 소멸한다.”부처님께서는 처음엔 괴로움이 조작하는 행위를 인연으로 생긴다고 하시더니이번엔 의지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상처받은 짠한 며느리’로 조작해놓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평소에도 ‘또 언제 화내실지 모른다, 뭔가 기대하고 계시는데 내가 놓쳤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괴로움을 구성해서 거기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괴로움을 만들어 붙들고 있는 건 나 자신이었다. 여기서 조작하는 행위를 ‘그친다’는 것은 억지로 감정을 누르거나 참는 게 아닐 것이다. 내가 그동안 반복해왔던 것처럼 사건 위에 해석을 덧붙이고, 부정적인 관념을 만들어 괴로움을 확대하는 행위를 관찰하고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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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을 만들어 붙들고 있는 건 나 자신이었다. 여기서 조작하는 행위를 ‘그친다’는 것은 억지로 감정을 누르거나 참는 게 아닐 것이다. 내가 그동안 반복해왔던 것처럼 사건 위에 해석을 덧붙이고, 부정적인 관념을 만들어 괴로움을 확대하는 행위를 관찰하고 멈추는 것이다.

 

물론 괴로움이 내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해서, 어머님이 갑자기 편한 존재가 되거나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앞으로는 어머님의 감정과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머님이 화를 내는 것은 그분의 성정일 뿐, 그것이 나의 무능이나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전처럼 죄책감을 느끼며 어머님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억지로 어머님을 맞춰드리는 것은 나에게도 어머님에게도 이롭지 않다. 이제 내가 만든 ‘상처받은 캐릭터’에서 벗어나 담담한 마음으로 어머님을 대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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