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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쓰기] AI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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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6-25 10:03 조회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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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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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 화 (곰숙씨의 글쓰기공장)

 

집에 있는 AI 스피커가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는 도중 누군가 장난으로 “조용히 해”라고 큰소리를 친 적이 있다. 모두 살짝 긴장하며 반응을 기다렸는데 돌아온 답은 “오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라는 위로였다. 사람들은 그 대답을 듣고 “얘(AI)가 사람보다 낫다”며 감탄했다. 그 장면이 떠오를 때면 AI에게서 인간보다 나은 인성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뒤따라오곤 했다. 특히 타인을 배려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하는 공정한 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비밀의 숲>의 주인공 황시목 검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개인적 호불호나 인간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그 안도감은 사적인 감정으로 진실을 왜곡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왔을 것이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하려는 흐름 역시 이와 유사한 기대에서 출발한다. 감정이나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동일하고 공정한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반 채용 과정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¹.

그런데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면 윤리적으로 공정해지는 것일까. 인류는 오랫동안 법과 제도를 통해 이 실험을 반복해 왔다. 모두에게 공정할 것이라 믿었던 절차와 규칙도, 해석이나 적용 단계에서 인간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변질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절차의 공정성이 곧 정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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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면 윤리적으로 공정해지는 것일까.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판단 기준을 설정하고 적용하는 과정에 편향된 데이터가 입력되면, 기계인 AI는 오히려 불공정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 아마존의 AI 채용 시스템이 과거에 만들어진 남성 중심의 데이터를 학습한 탓에, 여성 지원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내려 결국 폐기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AI 채용에 대한 기대가 있는 동시에 우려도 많다. 국내 500대 기업의 22%가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².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사회적 편견이 포함되어 그것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검증과 차별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가 있다3. 감정적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AI의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AI 설계 단계에 사회적 규범과 윤리 원칙이 반영되고, 알고리즘도 투명하게 검증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욕망 역시 인간의 판단을 흔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소유욕, 손해는 회피하려는 심리, 같은 것들이 개인의 이익을 먼저 챙기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윤리적 기준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반면 AI는 욕망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판단 기준을 임의로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인간보다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그러나 AI의 ‘무욕성’도 설계 목적에 따라 쉽게 변질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AI는 정해진 목적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다. 광고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광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상품 추천 시스템은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AI는 개발 주체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일 뿐, 소비자에게 최선의 방향으로 작동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결국 AI의 윤리적 공정성은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가치와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I가 사람보다 낫다”는 감탄은, 기술의 승리에 대한 찬양이라기보다 인간의 과제를 되묻는 질문에 가깝다. 우리는 어떤 기준을 AI 기술에 부여하고 있고, 그 기준에 대해  얼마나 무겁게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시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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