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판단 기준을 설정하고 적용하는 과정에 편향된 데이터가 입력되면, 기계인 AI는 오히려 불공정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 아마존의 AI 채용 시스템이 과거에 만들어진 남성 중심의 데이터를 학습한 탓에, 여성 지원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내려 결국 폐기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AI 채용에 대한 기대가 있는 동시에 우려도 많다. 국내 500대 기업의 22%가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².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사회적 편견이 포함되어 그것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검증과 차별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가 있다3. 감정적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AI의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AI 설계 단계에 사회적 규범과 윤리 원칙이 반영되고, 알고리즘도 투명하게 검증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욕망 역시 인간의 판단을 흔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소유욕, 손해는 회피하려는 심리, 같은 것들이 개인의 이익을 먼저 챙기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윤리적 기준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반면 AI는 욕망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판단 기준을 임의로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인간보다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그러나 AI의 ‘무욕성’도 설계 목적에 따라 쉽게 변질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AI는 정해진 목적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다. 광고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광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상품 추천 시스템은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AI는 개발 주체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일 뿐, 소비자에게 최선의 방향으로 작동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결국 AI의 윤리적 공정성은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가치와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I가 사람보다 낫다”는 감탄은, 기술의 승리에 대한 찬양이라기보다 인간의 과제를 되묻는 질문에 가깝다. 우리는 어떤 기준을 AI 기술에 부여하고 있고, 그 기준에 대해 얼마나 무겁게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시 인간의 몫이다.